1992년 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23명과 동메달리스트 18명이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비통과 환희 중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분석한 바 있다. 분석 결과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점으로 비통보다 환희에 가까웠지만, 은메달리스트는 행복 점수가 고작 4.8점으로 평가됐다. 성취 결과로 볼 때는 동메달보다 은메달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행복 점수는 은메달보다 동메달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팀이 메달리스트들과 직접 인터뷰를 한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은 “적어도 이것만큼은 이루어졌다”는 만족감을 더 많이 표출했고, 은메달리스트들은 “거의 ∼할 뻔했는데”라는 아쉬움을 많이 드러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객관적 성취 측면에서 은메달보다 동메달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동메달리스트들이 더 만족감을 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가상의 성취 기준을 금메달에 두었지만 결국 1등을 하지 못한 은메달리스트와 노메달을 가상의 성취 기준으로 삼았다가 가까스로 메달권에 진입한 동메달리스트의 만족감 차이에 있다. 은메달을 딴 사람은 1등을 할 수 있었는데 운이 안 좋거나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쳤다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불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동메달에 머무른 사람은 이것마저도 나에게 주어진 큰 성취이자 행복이라고 해석한다. 동메달을 따기까지 흘렸던 땀의 소중함에 더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금메달을 따는 것만을 유일한 성공의 기준으로 놓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은 조급한 성취 중독증에 걸린 사람의 마음을 대변한다. 반면에 금메달이나 은메달을 못 땄어도 동메달에 머물거나 극단적으로 노메달에 그친 사람은 메달을 따기 위해 지난 시간 흘린 땀의 소중함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1등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며 엄청난 성과를 올리고도 불안감에 휩싸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1등을 해도 지난번보다 더 완벽한 1등을 하고 싶고 엄청난 성과를 내도 지난번과는 질적으로 다른 완벽한 성취를 이루려는 것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가 끝없이 가속 폐달을 밟으며 질주하고 있다. 질주의 끝은 질식할 정도로 황폐하고 메마른 삶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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