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좋아하는 콜라 맛은 코카콜라일까 펩시콜라일까.
지난 2004년 재미있는 실험이 벌어졌다. 뇌 영상을 이용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콜라 맛을 가려내는 것이다. 먼저 브랜드를 가리고 사람들에게 맛을 보게 했다. 펩시콜라가 `더 좋은 기분을 느끼는 뇌`를 활성화시켰다.
그런데 브랜드를 보여주고 똑같은 실험을 하자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코카콜라에 더 좋은 기분을 느꼈다. 미국 학자 매클루어가 밝혀낸 브랜드의 힘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사람의 뇌까지 지배한다는 사실이 과학으로 입증됐다.
애플 완승으로 끝난 미국 특허소송 배심원 평결을 놓고 공정성 시비가 불붙었다. 미국에서조차 편파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애플은 미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다. 리서치 기관 `밀워드 브라운`이 지난 5월 발표한 글로벌 기업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55위였다. 애플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미국 배심원 평결은 종종 전문성보다 배심원의 감성이나 보편성에 좌우된다. 브랜드를 가리지 않은 이상 배심원의 뇌가 먼저 선호도를 정했을 공산이 크다. 공정성 시비에도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지난주 `아이폰5`가 베일을 벗었다. 국내외에서 `애플이 혁신을 멈췄다`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미국보다 한국의 애플 폄하가 더 심했다. 미국 평결에 대한 못마땅함이 기다렸다는 듯 폭발했다. 심리학자 칼 융이 제시한 `집단 무의식`이 한국과 미국에서 극명하게 대비됐다. 자국 기업 선호도와 애국심이 여론을 지배했다.
집단 무의식엔 함정이 있다. 애플은 미국 소송에서 압승한 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특허소송에 집착하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혁신 이미지가 퇴색됐다. 아이폰5에 실망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 역시 비슷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지난달 배심원 평결로 삼성은 큰 충격에 빠졌다. `카피캣`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질까 노심초사했다. 이를 의식한 듯 “혁신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배심원 공정성 논란` `혁신 없는 아이폰5` 등이 이슈화하면서 삼성 안팎의 긴장감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다.
아이폰5를 냉정하게 평가하자. 혁신이 없었다지만 전작의 최대 약점인 하드웨어를 크게 보완했다. 삼성의 `전매특허`인 가장 가볍고 얇다는 타이틀까지 가져갔다. 미국 애널리스트들도 흥행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
돌이켜보면 삼성의 `갤럭시 신화`는 흥행에 참패한 윈도폰 `옴니아`의 트라우마를 딛고 탄생했다. 지금 삼성이 되새겨야 할 것은 호의적인 여론보다 가슴을 찌르는 `특허 트라우마`다.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