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현장에 가다] 페이스북을 만드는 `해커 웨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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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커웨이, 멘로 파크, 캘리포니아 94025`

실리콘밸리 한켠에 자리 잡은 페이스북 본사 새 주소다. 이름 그대로 23만평 부지에 11개의 건물이 자리잡은 `해커`들의 본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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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급성장하고 인력이 매년 50%씩 늘어 팔로알토 사옥이 좁아지면서 새로 찾은 보금자리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본사였다. `1601 윌로 로드`라는 주소는 `괴짜` 냄새가 물씬 나는 `1 해커웨이`로 바뀌었다.

페이스북은 새 건물에 이사 오면서 인근 대지 9만평도 함께 사들였다. 새 부지에는 구겐하임 박물관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새 건물이 내년부터 건축에 들어간다.

고즈넉하게 펼쳐진 건물 사이를 지나 페이스북 본사에 들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소셜 네트워크, 9억명의 `시민`을 가진 세계 최대 가상 국가의 내부는 소박했다.

◇`초심`을 지킨다=사내 회의실과 사무실 곳곳의 유리 문과 유리 벽에는 여전히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로고가 선명했다. 이사 오면서 기존 사무실의 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홍보 담당자 아리엘 아리아는 “이사 과정에서 되도록 기존 시설을 건드리지 않고 버려지는 것을 줄였다”며 “환경도 지키고, 회사가 커져도 처음 시작하던 때를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SNS지만 역설적으로 `작은 기업으로 남는다`는 의지는 더욱 강조하는 조직 문화다. 더그 퍼디 개발자관계 총괄 임원은 `초심`이란 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초심이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beginner`s mind)이라는 뜻으로 안다”며 “지킬 것이 많아질수록 파괴적 혁신이 힘들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늘 `작은 기업`으로 남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커 정신 북돋아=우여곡절 끝에 주식 시장에 상장했지만, 페이스북 내부에서는 거품을 즐기는 흥청망청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직원, 특히 엔지니어들이 집중해서 개발에 몰두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

페이스북이 강조하는 `해커` 정신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실행에 옮겨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일단 결과물을 빠르게 내놓는데 중점을 둔다. 더 나은 서비스로 세계를 보다 개방적으로 만들고 긴밀히 연결되게 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상장 당시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서류에 첨부한 `해커 웨이`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위해 돈을 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내부에선 개발자들이 모여 밤을 새워 가며 개발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해커톤`이 수시로 열린다. 마라톤을 하듯 숨가쁘게 집중적으로 코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구현하거나 문제점을 개선한다. 1년 중 한 달은 다른 팀에 가서 다른 업무를 하는 `해커먼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조직과 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의견과 관점을 내게 하자는 취지다.

페이스북 캠퍼스 내 한 건물에는 `THE HACKER COMPANY`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버려진 `해커컴퍼니`라는 가게 간판을 페이스북 직원이 주워 와 걸어 놓은 것이다.

◇여기가 페이스북=회사 곳곳에는 “집중해서 계속 만들어내라”(Stay focused and keep shipping.) “빨리 움직이고 부숴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등 페이스북 해커 정신을 상징하는 표어가 적힌 티셔츠와 배너 등이 가득 붙어 있었다.

페이스북은 직원이 자유롭게 자신의 업무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많은 직원의 책상 주변은 알록달록한 풍선과 배너 등으로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사무실 벽에는 직원들이 그린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외계인들이 모여 앉아 회의하는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예전 페이스북 사옥의 상징이던 담벼락 낙서 작품과 방명록 역할을 한 `담벼락`도 새 사옥 내부에 자리를 잡았다. 그라비티는 투명 패널에 쌓여 사무실에 걸렸고, 담벼락은 방문객이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는 대형 칠판으로 바뀌어 한쪽 벽을 차지했다.


멘로파크(미국)=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