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애플 혁신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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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이 쏟아졌다. 12일(현지시각) 공개된 `아이폰5` 얘기다. 한국·미국을 막론하고 세계 언론과 전문가, 네티즌이 일제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애플의 전·현직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경영 스타일을 비교해가며 혁신성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애플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날보다 1.4% 오르는 데 그쳐 669.79달러에 마감했다.

이런 비판에는 제품 발표를 지켜본 이들의 평가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던 것`이 컸다. 언론이나 블로그에서 조금씩 흘러나온 모습과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뿐더러 깜짝 놀랄 만한 한 방이 없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지난달 24일 미국 법원 배심원들이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을 때도 현지 IT 전문가들은 애플을 비판했다. 더 이상 혁신에 집중하지 않고 법이나 마케팅으로 경쟁사를 제압하려 든다면 죽은 회사나 다름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당장 특허전쟁을 멈추라는 조언도 쏟아져 나왔다. 일각에선 애플이 나쁜 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이 같은 비판을 확대재생산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의미도 있다.

애플의 도전이 IT 시장에 미친 공로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심지어 경쟁자들까지도. 애플은 직관적이고 편의성을 높인 디자인으로 어렵기만 했던 스마트폰을 남녀노소가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이패드는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생활 속에 구현했다. 누구나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리고 내려받는 참여의 IT생태계를 구축했다.

또 다른 공로는 경쟁을 통한 IT업계의 공동 발전이다. 특허전쟁으로 등을 돌릴 지경에 놓이긴 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 자극제가 돼 상호 발전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Siri), 듀얼터치 등 잇따른 신기술 개발이 그 결과물이다. 덕분에 우리는 더 얇고 더 빠른 스마트폰으로 편리하면서도 감성을 나눌 수 있는 스마트 세상을 누리게 됐다.

애플의 혁신이 더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심지어 애플이 무너져 하루빨리 시장에서 퇴출되기를 원하는 경쟁사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이폰5에 느낀 실망감은 애플이 늘 새로운 것을 내놓기를 원하는 마음이 볼멘소리로 나온 것일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애플이 그간 보여준 혁신 성과물에 중독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전기 첫 장에는 이런 발제문이 실려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사람들이 애플의 미친 도전이 계속되길 원하는 이유다.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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