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총액 6210억달러.
8월 21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이 세계 최고 가치 있는 기업에 등극했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웠던 기록을 깨며 세계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는 기업이 됐다.
기업가치가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이른바 `PIGS` 국가 상장사 시가총액보다 많다.
스마트 혁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애플. 제조업체임에도 4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리는 괴물 같은 회사. 모든 기업이 비밀을 알고 싶어 하지만 누설되는 정보가 없는 회사. 전자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세계 IT지형을 바꾸고 있는 애플을 직접 방문해 비밀제국의 문을 두드렸다.
`Apple 1 Infinite Loop Cupertino, CA 95014`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빌린 차에 애플 주소를 입력했다. 미국 서부를 관통하는 101 고속도로를 타고 50분을 달려 한적한 도시 쿠퍼티노에 도착했다.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부상한 애플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애플은 주소부터 그 남다름이 나타난다. 결코 종료시킬 수 없는 무한궤도(Infinite Loop)라는 명칭을 붙였으니 말이다.
애플 본사 방문자를 제일 처음 맞이하는 곳이 첫 번째 무한궤도 빌딩이다. 애플 로고가 그려진 깃발과 미국 국기, 캘리포니아기가 방문자를 맞이한다.
애플 본사 첫 인상은 평온함 그 자체다. 미국 실리콘밸리 대부분 기업과 같이 애플 역시 대학 캠퍼스 같다. 4층 높이의 나지막한 6개 빌딩이 타원형으로 배치돼 있다. 밖에선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는 구조다. 무한궤도 빌딩이라는 이름에 맞는 건물 배치다.
일반인이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첫 번째 무한궤도 빌딩 앞에 있는 `컴퍼니 스토어(The Company Store)`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과 애플 로고가 그러진 티셔츠, 컵 등 기념품을 살 수 있다.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애플 본사 앞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애플 본사 앞이라 그런지 카메라가 아닌 애플기기가 더 눈에 띈다. 애플 본사는 실리콘밸리 방문자나 IT인에게는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비밀의 문을 열다
첫 번째 무한궤도 빌딩 1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국내 언론 최초로 애플 내부에 발을 디뎠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뉴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대형 현수막이었다. 애플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가장 최신 제품이 뉴 아이패드였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 현수막이 바뀐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건물 안에 심어진 네 그루의 나무였다. 인테리어용 가짜 나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다. 이 나무 아래는 사람들이 앉아서 쉬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3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방문자 등록을 끝냈다. 지금부터 어떤 사진도 찍을 수 없고 돌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애플의 철저한 보안 지침이 내려왔다.
유리문을 열고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이 거행된 본사 내 원형 잔디 광장 안에 들어섰다.
애플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샌드위치나 피자로 점심 식사하는 광경이 들어왔다. 동그란 타원형인 애플 본사는 외곽은 사무실이고 안쪽은 잔디와 나무 등 녹지로 구성된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일을 하다가 사무실 밖으로 나오면 바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구조다. 멀리 가지 않고 언제나 맑은 외부 공기를 마시며 일할 수 있게 돼 있다.
◇공짜 없는 애플
잔디 광장을 따라 왼쪽으로 이동하며 직원 식당인 `카페 맥(Cafe Mac)`이 나온다. 애플 직원들이 스티브 잡스를 가끔 볼 수 있었다는 바로 그곳이다.
방문했을 당시 카페 맥은 직원 수 증가에 따라 식당을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카페 맥 안으로 들어갔다. 애플 본사 안으로 들어온 후 가장 많은 직원을 볼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 이웃인 구글은 외부인에게도 무료로 음식을 주는 후한 인심으로 유명하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다.
애플은 직원에게 외부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 메뉴도 다양하다. 이탈리안 피자에서부터 멕시칸 음식, 각종 샌드위치와 샐러드, 초밥 등이다. 다양한 국적의 애플 직원을 위한 배려다. 국내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화덕에서 방금 구운 바삭한 피자 한 판을 7달러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애플에서 주는 유일한 공짜는 음료수다. 애플 직원들이 마시는 물은 달랐다. 사과·포도·멜론 등 과일이 가득 들어있는 통에서 물만 따라 마셨다.
카페 맥까지 들어갔지만 다른 직원 누구와도 대화는 허락되지 않았다. 애플은 직원들이 식사하며 대화할 때 경쟁사 직원이 엿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본사 근처에 직원 전용 레스토랑을 설립한다고 할 정도로 보안을 지키는 데 철저했다.
본사 사무실 내부는 철통 보안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애플 신제품이 만들어지는 곳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내부 직원조차 다른 직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비밀의 제국 애플 사무실은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직원 채용` 비디오에서 실체를 확인했다.
본사 사무실은 애플 숍 같은 심플함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다. 직원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구글과 달리 애플 사무실은 잘 정돈된 단순함이 눈에 띈다. 화이트톤 벽면에 메이플색 테이블, 진한 핑크나 빨강색 의자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작은 팀의 힘...포기는 없다
“애플은 항상 한계에 도전하고 최고를 추구합니다. 뛰어난 품질을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하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두지 않습니다.”
애플 직원들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사명감에 휩싸여 있다. 애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타협하지 않는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애플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다. 스티브 잡스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도 그가 원하는 최종품이 완성될 때까지 직원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애플은 작은 팀 단위로 일을 한다. 전문화된 작은 팀들이 하나의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부속품처럼 돌아간다.
조엘 포돌니 애플 인사담당 부사장은 “소규모 팀이 훌륭한 성과를 낸다고 믿는다”며 “최고 제품을 만들려는 일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치면 정말 놀라운 일을 해낸다”고 말했다. 포돌니 부사장은 애플만큼 전문성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갖고 있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쿠퍼티노(미국)=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