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사건_055] IMT2000사업자에 한국통신, SK텔레콤 선정 <2000년 12월>

21세기 밀레니엄 시대를 열었던 2000년. 그해 IT산업의 핫 이슈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의 서막이다. 당시 세계 대부분 국가들도 IMT2000 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 잇따라 사업자를 선정했다. 우리 정부도 2000년 12월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을 비동기식(WCDMA)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후 2001년 7월 LG텔레콤을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IMT2000 시대가 열렸다. IMT2000은 그동안의 이동통신방식과 달리 음성위주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고속데이터와 영상서비스를 실현했다. 음성만 전달하던 휴대폰이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데이터 서비스는 차량 안에서 이동 시 64kbps에서 정지 시 최고 2Mbps까지 전송도 가능해졌다. 이전의 이동통신은 댁내나 사무실에서는 유선통신에 밀렸으나 IMT2000 등장으로 유무선 통합 환경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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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15일, IMT2000 사업권 획득 소식에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앞줄 오른쪽) 등 임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한국통신·SK텔레콤 사업자로 선정=국내 IMT2000이 논의된 건 1997년 전자통신연구원과 업계를 중심으로 기술개발 작업이 시작되면서다. 이후 1999년 7월 정보통신부는 IMT2000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술표준 문제 등 검토를 진행했다. 이때만 해도 국내 IMT2000은 서비스사업자, 장비 업체 모두 동기식만을 고려했다. 그러나 1999년 12월 정통부가 뒤늦게 비동기식 위주의 IMT2000 2단계 기술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돼 비동기식 IMT2000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후 IMT2000서비스를 희망했던 모든 사업자들이 비동기식의 기술 선호를 나타내면서 형세는 180도 역전됐다. 유럽을 주축으로 국가들이 전면에 비동기식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통부와 일부 장비공급업체의 동기식 대세론과 LG텔레콤 등 서비스사업자의 비동기식 대세론이 팽팽하게 대립됐다. 비동기식과 동기식 IMT2000서비스의 균형 발전을 원했던 정통부는 급기야 9월 말로 정해진 사업계획서 신청접수를 미루면서 민간주도의 기술표준협의회를 구성, 그 결과 비동기식 사업자 2개와 최소 1개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2000년 10월 한국통신·LG텔레콤이 두 장의 티켓만이 존재하는 비동기식 사업권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한때 사업신청 포기를 선언했던 하나로통신이 기습적으로 동기식 사업을 단독 신청하면서 IMT2000 허가는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그해 12월 15일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자에 선정됐다. 국내 통신시장은 한국통신-SK 양강 독과점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당시 선정된 사업자가 모두 비동기라는 점에서 LG의 동기식 신청 여부가 남아 있긴 하지만 한국의 이동전화시장은 사실상 유럽형 비동기표준을 선택한 것이다. SK텔레콤 총점은 84.018점으로 1위, 한국통신이 81.860점을 얻어 2위를 차지, 각각 사업권을 획득했다. LG는 80.880점을 받아 탈락했고 유일한 동기 신청자인 하나로통신은 56.412점을 얻어 60점 미만이면 허가가 불가능하다는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요령 및 심사기준` 고시에 의해 자동 불합격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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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15일, IMT-2000 사업권 획득 소식에 당시 조영주 한국통신 IMT-2000사업단장(맨 왼쪽) 등 관계자들이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오랜 논란과 혼란을 겪었던 IMT2000사업자 선정=당시 세계 IT산업의 불황으로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서 조차 이동전화를 통한 데이터 통신 수요가 늘지 않아 사실상 IMT2000사업자 선정을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되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업자인 영국의 BT는 IMT2000 주파수 확보 경매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경영난에 허덕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대폭 축소됐다. 국내를 포함해 세계의 모든 정부가 IMT2000 시장 수요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당시 정통부는 “시장수요에 비해 한발 앞서 우리나라가 IMT2000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인정했으며 “이는 CDMA산업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정책적 의지를 호소했지만, 이미 서비스사업자는 상처를 받은 상황이다.

결국 CDMA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한 IMT2000사업자 선정 정책은 대형 통신사업자들의 불필요한 기회비용의 지출, 국민의 혼란, IT 중소기업의 경제적 피해를 낳게 됐다. 2002년 8월 LG텔레콤이 동기식 사업권을 받기까지 국내 IMT2000사업자 선정 작업은 무려 2년간 지속됐다.

2년간 지속된 IMT2000사업자 선정 정책의 평가는 △서비스 기술 방식 결정을 둘러싼 정통부와 업계의 논쟁 △신규 IMT-2000 법인 설립 찬반 논란 △출연금 납부 방식을 둘러싼 중소기업들의 경제적 부담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논란이 극심한 것이 기술방식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다. IMT2000서비스 탄생은 `세계의 어디서나 자신의 휴대폰으로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고 음성뿐 아니라 영상통신 같은 데이터 통신도 가능한 서비스`를 지향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통신장비 업체와 서비스 사업자들은 기존 이동전화 서비스에서 저전력 유럽형 2.5세대 이동통신(GSM)과 미국·한국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CDMA 기술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미국 정부가 2㎓ 대역 주파수를 2세대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에게 경매, 사실상 구현하기 어려운 꿈이 됐다. 이때 세계가 단일 주파수 대역에서 서비스함으로써 글로벌 로밍을 실현시키겠다던 IMT2000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이 결과 세계 IMT2000 표준은 다시 CDMA로만 이뤄진 동기식(CDMA2000)과 CDMA와 유럽의 GSM을 결합한 비동기식(W-CDMA)으로 이원화됐다.

당시 2세대 이동전화 시장에서 GSM 기술을 사용한 유럽나라들은 대부분 비동기식으로 3세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임을 잇따라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전 세계 이동전화 시장의 70% 이상이 비동기식의 IMT2000서비스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통신 강국에 기회로 작용

IMT2000은 정보통신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통신장비 제조업, 콘텐츠 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국내 IMT2000 시장은 시장자체에 대한 불확실성과 세계적인 지연추세에 따라 기존 이동전화와 차별화 실패로 인해 3G 사용자가 일부 계층에 국한돼 완만한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기존 이동전화와의 성공적인 차별화로 인해 이동통신망의 중심이 3G로 빠르게 이동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당시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은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과 완전 분산처리(TDX) 교환 기능을 합한 2세대 CDMA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이 개발, 보급되면서 이동전화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동통신에도 전화의 욕구와 초고속 데이터 전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전 세계가 같은 주파수, 같은 무선통신 방식을 사용해 국가 간 로밍과 같은 불편을 없애자 의견이 제기됐다. 이 같은 취지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표준화를 시도한 것이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IMT2000은 표준화 과정에서 각국 이해관계가 상충돼 표준이 무려 5개나 채택됐다. 육상망에서는 우리나라와 유럽·일본이 참여한 비동기식(WCDMA), 우리나라와 미국이 주도한 동기식(SS-CDMA), 중국·독일이 TDMA와 CDMA 기술을 결합한 방식(TD-S CDMA) 3종이 개발됐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던 유럽이 비동기식을 주로 채택하면서 동기식은 역사에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IMT2000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과 둘을 합친 고속패킷접속(HSPA), HSPA+로 진화했다. 이들 고속 통신은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각광받으며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열어 젖혔다.

한국 휴대폰업체들은 이 같은 인프라의 변화에도 2세대에 최적화된 일반 피처폰에 연연하다 애플에 스마트폰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격을 당했지만, 현재 롱텀에벌루션(LTE)과 와이브로로 대변되는 4세대 통신은 국내 통신업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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