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사건_091] 스마트폰 1000만 가입자 돌파 <2011년 3월>

2011년 3월 24일,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009년 말 애플 `아이폰`의 국내 시장 도입으로 `스마트 열풍`이 시작된 지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산술적으로 인구 5명당 1인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셈이다.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당시 국내 자동차 보유대수인 2000만대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하면서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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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11년 3월을 기점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중 1명꼴로 스마트 세상이 열린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다양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 시대 개막을 계기로 서비스 혁신과 신산업 기회 창출이라는 순기능을 이어가는 동시에 가계 통신비의 주범이라는 논란이 겹치면서 국내 IT 시장에 핫 이슈로 부상했다.

◇서비스 혁신 가져온 `총아`=스마트폰은 사용자 측면에서는 라이프 스타일의 혁신적인 변화를, 통신사업자와 솔루션 개발자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안겨줬다.

스마트폰은 `손안의 PC`로 불리며 기업 업무의 모바일화를 주도했다. 개인 사용자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혜택을 만끽하며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이용자도 2009년 말 첫 서비스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260만명(2010년 말 기준)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

스마트폰은 통신사업자에게도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9년 말 신규·기기변경 고객 중 스마트폰 비중이 13.6%에 불과했으나 2010년 말부터는 50%대로 크게 늘어났다.

중소 벤처 기업들에도 예외는 아니다. 잇따른 슈퍼 밀리언셀러 애플리케이션 탄생으로 1인 개발자 전성시대를 열었다. 통신 사업자들은 다양한 개발자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새로운 대·중소 상생 문화도 구현했다.

◇요금 이슈 몰고 온 `문제아`=스마트폰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야 가리지 않고 대다수 의원이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와 비합리적인 통신요금 체계를 지적했다.

고가의 스마트폰 가격이 고스란히 가계 통신비로 반영되고, 사용자가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을 조절할 수 없는 공급자 중심의 횡적인 요금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심재철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사용자가 소비 형태에 따라 종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요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후폭풍은 고스란히 통신 사업자에게 전해졌다. 업계는 거듭되는 통신비 인하 압력으로 인해 정부와 보조를 맞춰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심했다. 이에 더해 예상을 웃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파급력도 통신업계 발목을 잡았다. 무제한 요금제 도입 후 각 사별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적게는 10배, 많게는 20배가량 증가함에 따라 사업자마다 추가 주파수 대역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이 통신 사업자의 핵심 비즈니스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감내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발전적인 경쟁 구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앱스토어 `요란한 빈 수레` 지적 받기도=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스마트폰 1000만 시대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과실은 구글과 애플에만 집중돼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수요는 많은데 국내 앱스토어가 빈약한 콘텐츠와 저조한 이용률로 요란한 빈 수레라는 것. 당시 SK텔레콤(T스토어)과 KT(올레마켓), LG유플러스(오즈스토어) 등 국내 이동통신사 앱스토어는 최대 80%가 휴대폰 꾸미기와 벨소리 등 단순 앱으로 채워져 있었다. 앱스토어에서 새로운 스마트폰 서비스가 창조되기는커녕 기존 피처폰용 콘텐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셈이다.

같은 시기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전자책·게임·엔터테인먼트 등 카테고리가 고루 분포해 위치기반서비스(LBS) 등 고부가가치 신시장을 만들고 있었던 것과도 비교됐다.

콘텐츠가 빈약하다 보니 국내 앱스토어를 찾는 사용자가 적어지고 자연스럽게 개발자들도 애플리케이션 등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 앱스토어는 뚜렷한 수익을 못 올리는 반면에 애플 앱스토어는 2010년 매출 18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앱스토어들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특화된 킬러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이통사들은 당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KT가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와 함께 추진했던 통합 앱스토어가 그 중 하나다. SK텔레콤도 자체 앱스토어를 대만과 중국에 수출한 바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패드(태블릿PC)와 스마트TV 등을 위한 콘텐츠를 모두 다루는 새로운 `한국형 콘텐츠 허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한 방향으로 지적됐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앱스토어를 활성화하는 킬러앱이 나오려면 많은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앱을 개발, 등록해줘야 한다”며 “이통사가 해외 앱스토어와 차별되는 개발자 우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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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바꾼 한국의 IT문화

`스마트폰`이라는 기계가 처음 국내에 상륙한 지 1년 4개월 만에 1000만명이 해당 기기를 쓰고 있을 만큼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보급됐다. 그만큼 1인당 데이터 사용량도 최고 수준이다. 2012년 1분기 통신 3사의 무선 트래픽 총량은 약 6만5000TB(테라바이트)를 기록했다. 이는 아이폰 국내 도입 당시보다 200배나 늘어난 수치다. 한국인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835MB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속도는 IT 사용 문화도 바꾸어 놓았다. 2G 네트워크로는 문자·음성 이외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기 쉽지 않았지만 3G 시대가 열리면서 사진과 동영상 전송이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3G는 전송속도가 14.4~64kbps(초당 킬로비트)였던 2G를 뛰어넘어 Mbps 단위의 접속 속도로 올려놓았다.

빨라진 데이터 인프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발달을 불러왔다. 대표적인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팟캐스트다. 대표적인 SNS로 자리잡은 트위터는 아이폰 도입 약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재·보선 등 중요한 정치 행사가 열릴 때마다 각종 언론은 `투표 인증샷` 등 트위터를 주시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트위터 여론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각종 분석이 쏟아졌다.

팟캐스트는 `원하는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나 들을 수 있는 라디오`로 자리매김했다. `나는 꼼수다` 등 비주류 언론 및 정치인들이 팟캐스트를 통해 지지층을 확보하는 문화가 새롭게 생겨났다. 일반인의 팟캐스트 제작도 늘어났다.

반면에 통신사들은 그동안 지켜왔던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기 시작했다. 아이폰을 국내에 유통시킨 KT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이 2009년 4분기 3만1490원이었던 것이 꾸준히 감소해 2012년 1분기에는 2만8722원으로 낮아졌다.

휴대전화 판매를 통신사가 독점했던 형태 역시 변화의 바람에 휩싸였다. 2012년 5월 정부가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한 것. 소비자들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신규 고객의 10%만이 단말기 자급제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고 있지만, 국내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달아 자급제 전용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통신사보다 제조사 파워가 강한 선진국 이동통신 시장을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스마트폰 1000만 가입자 돌파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었던 최시중 위원장은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 돌파는 모바일 시대를 본격화하고 스마트라이프 혁명을 만들어 냈다”며 “산업 측면에서도 ICT 빅뱅을 만들어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는 혁신과 동반성장을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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