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사건_099]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허용 논란 <2012년 6월>

모바일 인터넷전화 논란은 2012년 상반기 국내서만 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카카오톡이 2012년 6월 음성 기능 `보이스톡`을 출시하면서 폭발적으로 점화됐다. 네트워크 인프라를 운영하는 통신기업과 콘텐츠·서비스를 주업으로 삼는 인터넷·포털 기업의 대립 구도로 유선 중심으로 이어졌던 망 중립성 논쟁에 무선 통신 분야가 핵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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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카카오가 모바일 인터넷전화 `보이스톡`을 국내에 출시하겠다고 선언하자 통신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카카오 직원들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용 보이스톡을 시연하고 있다.

VoIP는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로 제공되는 음성 통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음성통화가 이뤄졌던 회선교환망(Circuit Network)이 아닌 인터넷망(IP Network)을 통해 패킷 단위로 음성 통화를 전송하는 것이다. mVoIP는 무선망을 통해 휴대폰 간 이뤄지는 VoIP를 일컫는다. 망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망을 이용하는 서비스라고 해서 OTT(Over The Top) 사업이라고도 불린다.

mVoIP가 망 중립성 논란에 불을 지른 것은 서비스 주체가 망을 보유한 통신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mVoIP가 등장하게 된 핵심 기반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이통사의 `이너 서클(inner circle)` 위주로 이뤄졌던 솔루션·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열리면서 이통사의 구미에 전혀 맞지 않는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통사 주 수익원인 음성 통화를 대체할 수 있는 mVoIP는 이런 환경 속에서 급속하게 컸다.

mVoIP의 등장은 스카이프·바이버 등 해외가 먼저였다. 국내 사용자가 없지는 않았지만 낮은 사용 빈도로, 주로 해외 통화 등에만 쓰였다. 통화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데다, 대부분 휴대폰 요금제가 일정 요금을 내면 정해진 통화 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사용이 많지 않았다. 유럽·미국에서 `OTT 경계론`이 처음 불거질 때만 해도 국내는 비교적 조용했다. 국내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요금제에 따라 mVoIP 사용을 일정 트래픽 이하로 제한했지만 반론은 크지 않았다.

본격적인 논란은 문자 서비스 중심이던 스마트폰 앱이 음성통화 기능을 갖추면서부터다. 국내 시작은 다음 `마이피플`이었다. 2011년 2월, 다음은 마이피플 앱에 mVoIP 기능을 추가했다. 2010년 5월 서비스를 개시한 마이피플은 그동안 카카오톡과의 차별화 실패로 가입자가 정체돼 있었지만 음성 기능을 추가하면서 1년 만에 2000만명 가까운 회원을 늘렸다. 국내 이통사들의 본격적인 우려의 목소리는 이때부터 나왔다. 문자 앱의 선구자로 `국민 앱`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자가 쓰던 카카오톡이 내놓은 mVoIP `보이스톡`은 마침내 불을 질렀다.

`천문학적 투자를 감수하고 망을 확보해놓았는데, 정작 주 수익원인 음성통화 기능을 다 빼앗기게 생겼다. 앞으로 망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진다. IT 코리아 경쟁력도 반감될 위기다.` 주요 이통사 CEO들은 공개 석상에 설 때마다 이렇게 주장했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던 문자 매출 감소도 함께 토로했다. 음성·문자라는 전통적 주 수익원을 망에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앱 개발사가 앗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은,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이나 MVNO와 같은 유사경쟁사업자 등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통사가 이처럼 주장하자 반대 여론이 불같이 일었다. 사용자는 이미 데이터 비용을 지불했는데, 그 트래픽 사용이 mVoIP든 뭐든 이통사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말기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새로 출범한 19대 국회 일부 의원들의 포퓰리즘에 가까운 통신비 인하 공약도 mVoIP 논란에 투영돼 이통사는 사방에서 압박을 받게 됐다.

LG유플러스가 선수를 쳤다. 일정 트래픽은 mVoIP 사용을 열어줬던 다른 이통사와는 달리, 그간 LG유플러스는 mVoIP 사용을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6월 말 일정 용량 mVoIP 허용과 함께 월 7900원을 추가하면 기본 제공 데이터를 모두 mVoIP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음성 매출 감소를 감안하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3위 사업자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후로도 논란은 이어졌다. 전병헌·권은희 의원 등 정치권과 미래기획위원회·참여연대 등 정부기관·시민단체 가릴 것 없이 앞다퉈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이통사와 콘텐츠 사업자 의견을 청취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같은 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데이터 총량을 넘어서면 추가 과금이나 인터넷 제한이 가능한 `총량제`를 골자로 한 망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방통위 “투명한 망 관리 허용하겠다”=mVoIP를 둘러싼 오랜 논란 끝에 마련된 방통위의 망 관리 기준안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방통위는 트래픽 관리 상황을 △망 혼잡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경우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령 규정에 근거하거나 법령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이나 약관에 근거한 이용자 요청이 있는 경우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 동의를 얻은 경우의 다섯 가지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상한제(데이터 캡)를 도입해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의 트래픽을 제한하거나 특정시간대 P2P 이용제한 등이 가능해졌다. 또 표준을 지키지 않은 콘텐츠나 앱이 망에 부담을 주는 때에는 우선 제한할 수 있다. 계약 시 이용자 동의를 얻으면 차단할 수 있도록 해 기존처럼 약관에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사용에 제약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 이통사 편만 들었다”는 비판도 일었다.

통신사는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트래픽 관리 범위와 적용조건, 절차, 방법, 영향 등의 정보를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트래픽 관리 시행 전 이용약관에 관리 기준을 규정해야 하며, 홈페이지 등에 이용자들이 알기 쉽게 안내해야 한다. 개별 이용자 차원의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때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고지하고, 개인의 인터넷 사용현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

당시 모정훈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관리를 하면서 (관리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 가지 규정을 넣었다”면서 “그 나름대로 합리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너무 엄격한 안이 되지 않게 유연성을 두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굉장히 세부적으로 분석이 많이 된 것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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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0일 SK텔레콤은 3G 음성통화에 비해 2.2배 넓어진 주파수 대역 폭에 고음질 음성 코덱을 사용해 HD급 음질을 제공하는 HD보이스 출시를 발표했다. 이 같은 고품질 서비스로 보이스톡 등 무료 인터넷전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mVoIP 역무 구분 논란은 현재진행형=한 서비스 분야의 진흥과 규제, 소비자 보호 등은 모두 법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법규를 적용하려면 해당 서비스가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가지는지 먼저 정의돼야 한다. 그런데, mVoIP는 지위가 없다.

통신 서비스 역무는 크게 기간통신과 부가통신으로 나뉘고, 사업분류는 기간·별정·부가로 이뤄진다. 기간통신역무는 전송 서비스, 부가통신역무는 기간통신역무를 이용해 제공되는 전송서비스다. 사업분류로 따지면 기간·별정통신사업은 망의 보유 유무로 구분되고, 부가통신사업은 회원 간 무료통화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복잡한 법체계지만 mVoIP를 이 현행법 체계에서 굳이 분류하자면 부가통신역무·부가통신사업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PC 기반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과 동일한 속성을 지닌다는 점에서도 부가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사용 형태는 사실상 일반 음성통화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mVoIP는 기존 이동전화와 똑같이 음성서비스라는 본질을 공유한다. 이 때문에 IP 기반인지 아닌지에 따라 기간·부가를 구분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특히 LTE 환경에서 이 문제는 더욱 커진다. IP 기반 음성통화가 기존 회선교환망(서킷) 기반 음성통화보다 더 `고품질을 자랑하는 부가서비스`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산업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법 지체`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새로운 역무를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망 제공 영역을 제외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분화, 발전하는 인터넷 사업 유형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규제 수단을 설계할 제도적 장치가 현재로선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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