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제조기술 한류]삼성전기, MLCC 세계 최강자를 향해

스마트폰·스마트패드·노트북·TV 등 첨단 IT 기기의 특징은 성능이 향상되면서도 외관은 더 얇고 가벼워진다는 점이다. 디자인이 중요한 구매 유발 요인이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외부로 드러나진 않지만 외형이 작아질수록 제품 내부는 각종 부품들로 빽빽이 채워진다. 이 때 부품 사이에는 전자파 간섭이 일기 쉽다. 이를 방지하고 전류를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쓴다. 갤럭시S3와 같은 최신 스마트폰 안에는 MLCC가 400~500개나 들어간다. PC·TV·가전 등 모든 전자기기도 마찬가지다. MLCC는 전자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범용 부품이면서도, 반드시 적용되는 핵심 부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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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MLCC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삼성전기(대표 최치준)다. 삼성전기는 지난 1986년 후발 주자로 이 사업에 뛰어든뒤 현재는 소형 초고용량 MLCC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세라믹과 전기가 통하는 금속을 교대로 쌓아 만드는 MLCC는 같은 용량이라면 크기를 보다 소형화하고, 같은 크기라면 용량을 보다 높이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기는 100나노미터(㎚) 이하의 미분 파우더를 MLCC 재료로 사용, 1000층 이상을 정밀하게 쌓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세라믹과 금속간의 특성 차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재료·공법·설비에 대한 요소 기술도 확보했다.

기초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기는 지난해 10월 0603크기(길이 0.6㎜, 폭 0.3㎜)의 2.2 마이크로패럿(㎌) MLCC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동일한 크기에서 용량을 두 배로 높여 가히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세라믹 기술의 한계로 여겨지던 100㎚ 이하의 초미립 입자 재료로 MLCC를 제품화함으로써 MLCC 업계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 2005년 2.2㎌ MLCC를 세계 처음 선보이며 소형 초고용량 제품 시장에서 일본 무라타제작소의 아성을 뛰어 넘었다. 이후 7년간 소형 초고용량 MLCC 시장에서 줄곧 6개월가량 먼저 세계 최초 제품을 출시하며 선두권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져 현재 단일 제품으로 연간 1조원이 훌쩍 넘는 매출액을 달성하게 됐다. 삼성전기의 수많은 부품 사업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현재 2위까지 올라왔다.

삼성전기의 다음 도전 과제는 산업·전장용 MLCC 시장 진입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일본 무라타는 산업·전장 시장을 기반으로 여전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첫 내부 승진 사례이자 `MLCC 전문가`로 정평이 난 최치준 사장도 향후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을 선두에 올려 놓기 위해 큰 관심을 쏟고 있다. MLCC 사업팀장부터 LCR 사업부장까지 두루 거친 최 사장은 MLCC 사업으로 다진 역량을 전 사업 부문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전기는 기존 IT용 MLCC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고, IT용 MLCC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전장 등 비IT용 MLCC 시장 공략을 강화해 세계 1위에 도전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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