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올해 불황·실적악화·요금인하 압박 등 이른바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8조원대의 사상 최대 설비투자를 단행한 것은 역설적이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데이터량이 폭증한데다 차세대 네트워크 롱텀에벌루션(LTE) 구축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비 확대는 가뜩이나 어려운 실적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마녀사냥` 식으로 전개되는 통신료 인하 압박에 맞서 통신업계가 경영상 어려움을 얼마나 잘 극복할지 주목됐다. 여론에 밀려 인위적인 통신료 인하가 이뤄지면 네트워크 품질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데이터 폭증, 투자 없인 망 품질 `추락`
통신 3사의 LTE 망 고도화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 양상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두 주파수 대역을 오가며 더 여유 있는 곳을 사용하는 멀티캐리어(MC) 기술 도입을 반년 가까이 앞당겼다. 음영지역을 없애는 설비투자도 늘렸다. 이론상 기존 LTE의 2배 속도(내려받기 150Mbps)를 내는 `LTE 어드밴스트` 구축도 당겨질 전망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LTE 서비스는 `빠른 속도`가 관건”이라며 “데이터 트래픽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설비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LTE 상용화 1년 2개월 만에 DVD영화 730만장에 육박하는 33.5페타바이트(PB)의 엄청난 데이터량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진화주기도 빨라진다. 10년 이상 최신 이동통신망으로 유지된 1G(세대) 아날로그 통신과 2G CDMA와는 달리 3G 서비스는 출시된 지 5년 만인 지난 2011년에 LTE 서비스가 나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내년에는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고 시장에 밝혔지만 늘어나는 트래픽 대처에다 예정된 주파수 경매, 미래 네트워크 개발 등으로 사실상 힘들다”고 봤다.
◇사상 최대 투자-최저 이익, 요금인하 압박 줄일까
한 통신사 임원은 “이대로 가면 진짜 끝난다”며 위기감을 표현했다. 실제로 늘어나는 설비투자 규모와 달리 영업이익은 계속 뒷걸음질이다. 통신 3사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최악의 `어닝 쇼크`를 겪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42.8%·14.0%·94.8% 감소했다.
업계는 올해 통신 3사 영업이익은 SK텔레콤 1조2000억원·KT 1조5000억원·LG유플러스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2조1000억원·1조9000억원·2800억원에 비해 사실상 반토막이 날 것으로 봤다. △일괄적인 기본료 인하와 SMS·음성매출 감소 △투자 부담 증가 △가입자 유치 경쟁 악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통신업계는 영업이익과 투자비를 상계해 계산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경영지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경영 악화에도 8조원대로 투자비를 늘리는 것은 이른바 `통신비 포퓰리즘`에 대한 `무언의 대답`이기도 하다. 일부 대선후보와 정치권, 시민단체는 끊임없이 요금인하 압박을 가한다.
통신업계는 “단순 가계 통신비 규모가 아니라 단말기 가격, 높은 트래픽 소비량을 따져 합리적인 관점으로 요금을 봐야 한다”며 “무조건적 인하 주장은 네트워크 투자 여력을 줄여 국가 IT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둔 지금 분위기로는 네트워크 투자 여력상실 문제를 정치권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통신 3사 연간 설비투자(CAPEX) 추이(자료:업계)
*통신 3사 영업익(자료:업계·2012년은 추정치)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