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2-스타트업]실리콘밸리언 "한국 스타트업 잠재 충만"

세계가 실리콘밸리를 주목한다. 스타트업 창업 열풍 영향이다. 실리콘밸리는 세계 모든 나라 벤치마킹 대상이다. 샘솟는 기술 혁신은 부러울 뿐이다. 단숨에 세계 시장을 평정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이끈다. 이런 흐름을 우리도 타려고 한다. 설립부터 세계를 겨냥하는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 스타트업 창업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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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에서 현지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장, 음재훈 트랜스링크캐피탈 대표,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스티븐 곽 스틱인베스트먼트 실리콘밸리 지사장, 데니스 원 BASES 부회장(오프너 개발자), 박상효 SLD 이사, 김준배 전자신문 벤처과학부 차장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개발 환경이 바뀌었다. 글로벌 장벽은 무너졌다. 막연한 해외에 대한 부담은 사라졌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대기업이 수년, 길게는 10년 넘게 공을 들여야 가능했던 게 글로벌 시장이다.

전자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 현지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 붐 현상의 실상, 미국 스타트업의 경쟁력 비결, 우리 스타트업이 세계 진출을 위한 선결 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좌담회에는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장, 스탠포드대학 스타트업 서포팅 그룹 BASES의 데니스 원 부회장(오프너 개발자), LED 조명업체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SLD 박상효 이사, 스티븐 곽 스틱인베스트먼트 실리콘밸리 지사장, 음재훈 트랜스링크캐피탈 대표,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6명이 참가했다.

◇사회(김준배 전자신문 경제과학부 차장)=과거 벤처 창업 붐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최근 스타트업 창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 현황이 궁금하다. 한국과 차이점도 소개해 달라.

◇스티븐 곽 스틱인베스트먼트 실리콘밸리 지사장=스마트기기 등장으로 스타트업 창업이 활기를 띠는 건 사실이다. 이곳과 달리 한국은 스타트업 창업이 한 분야에 집중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잘 된다 싶으면 유사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게 한국이다. 미국에도 쏠림 현상은 있다. 하지만 분야가 훨씬 다양하다.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가 애플의 성공 후 많이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한국에서 쏠림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젊은 층은 더욱 그렇다. 스마트 기반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 그 쪽 창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음재훈 트랜스링크캐피탈 대표=창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람`과 `자본`이다. 최근 창업이 늘면서 스타트업인이 크게 늘었다. 닷컴 시절 창업자와 최근 스마트 혁명과 함께 창업에 나선 사람이 많아서다. 자본 측면에서 자금 소스(원천)가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소수 벤처캐피털과 엔젤만 존재했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스타트업 투자 펀드에 참여한다. 엔젤투자 참여 요건이 낮아져서다. 자연스럽게 창업이 늘어난다.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래 전 조성됐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젊은 사람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다 보니, 모바일 IT 분야에 집중된다. 당연히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도 초창기 정부가 전면에 나섰지만 지금은 민간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정부가 나서고 그 후에는 빠져야 한다.

◇사회=실리콘밸리에서 혁신 기술기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데니스 원 BASES 부회장=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창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외부 우수 인재가 몰려든다. 이들이 지역 개발자와 뭉쳐 혁신적이고 뛰어난 기술을 만든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많이 탄생하는 비결이다. `드롭박스`나 `페이스북`이 좋은 사례다. 창업자는 동부 보스턴에 있는 학교를 나와 창업했지만 기반은 실리콘밸리에 뒀다. 스탠포드와 같은 우수 대학과 활발한 관계를 갖고 것도 요인이다. 대학 재학 중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박상효 SLD 이사=어떤 어려움에 닥치든 실리콘밸리에서는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역 내 시너지도 크다. 하나의 서비스가 개발되면 주변 다른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지역 내에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한국에서도 클러스터가 여럿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클러스터 간 연결이 제대로 안되고 시너지 발휘가 쉽지 않다는 게 아쉽다.

◇음재훈=실리콘밸리 특징 중에 하나가 변신과 진화다. 최근 주목 받는 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소셜서비스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형성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것이 계속 나타난다. 이게 실리콘밸리의 힘이다. 사람도 빼 놓을 수 없다. 한국을 포함 이스라엘, 싱가포르, 독일, 영국 등에서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수한 사람이 실리콘밸리로 오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우수 인재가 계속 나온다. 이들이 무서운 경쟁력을 발휘한다.

◇사회=스타트업 붐에 대한 거품 우려가 나온다. 페이스북 주가 급락이 사례로 거론된다. 이곳에서의 시각이 궁금하다.

◇스티븐 곽=과거에 `인터넷 버블`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버블이 있었다면 지금은 조그만 버블이 일어나는 정도다. 산업 내부에서 조절 능력이 생겼다. 버블이 터질 수도 있고, 터지지 않고 유지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제2의 닷컴 붐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모르지만 `붐`은 당연히 온다.

◇음재훈=거품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난다. 닷컴 시절 버블(거품)과 지금의 버블은 수익성 측면에서 차별된다. 과거처럼 지금은 사용자 수만으로는 서비스를 평가하지 않는다. 다운로드 수 등 구체적 실적을 본다. 지불솔루션과 광고기법 진화 등 10년간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이 등장했다.

◇데니스 원=소셜미디어 스타트업 대부분은 기술보다는 아이디어와 빠른 비즈니스 전개에 의존한다. 너무 많은 소셜미디어 스타트업이 등장해 거품 우려가 나온다. 확실히 이 분야는 창업이 과부화 상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는 소셜미디어 이외에 소프트웨어, 온라인상거래, 하드웨어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트렌드 역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사회=스타트업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 문화가 어떻게 진화 발전해야 하는가를 논의해보자.

◇권중헌=한국은 스타트업 관련 법률이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법률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과 마인드(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창업을 한다면 개업식부터 한다. 하드웨어 보관 장소를 두고, 신용보증을 받는다. 모두 제조업 중심 마인드에서 비롯됐다. 이곳에서는 `린(Lean-슬림) 스타트업` `마이크로 스타트업`이 활성화돼 있다.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해 큰 자본 없이 사업을 시작한다. 일단 부닥쳐보는 것이다.

◇한킴=한국 스타트업은 경쟁력이 있지만, 미국 기업과 비교해 단점도 많다. 마케팅 측면에서 한 명을 서비스에 가입시키기 위해 돈을 얼마나 써야하고 소비자 가치창출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에 대해 너무 많이 신경 쓴다. 실리콘밸리에서 크는 회사는 그런 것에 관심이 크지 않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판매하는 것을 잘한다. 이 경우 해외에서 영업이 힘들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기획자 1명에 개발자 10명이 붙는다.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이 비율이 일대일이다. 기획을 잘하려는 것 같다. 자신이 기획한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고객 반응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빠른 사이클이 중요하다.

◇박상효=창업가에게 시작부터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도 문제다. 한국에서는 대출 상환 기일이 돌아오면 사회적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것으로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실리콘밸리 창업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실패에 대한 책임이 크지 않아서다.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다음을 도모한다.

◇사회=한국 청년 스타트업가를 위해 조언한다면.

◇데니스 원=기술력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 창업이든 기술력은 필수다. 같이 일할 수 있는 공동 창업자도 잘 골라야 한다. 벤처캐피털이나 인큐베이팅 회사가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아이디어·제품 보다는 팀이다. 주요 구성원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가 있는지, 팀 기술력은 확실한지를 본다. 그래서 팀에 경험이 많은 사림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기업가 정신도 필요하다. 창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재미로 시작해 아이디어와 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에 차근차근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권중헌=과거에는 자국에서 성공하고 나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너무 늦다. 글로벌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한국에서만 성공해도 곧 벤치마킹 서비스가 나온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미국을 포함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빠르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음재훈=맞다. 하드웨어 경우 자국에서 검증 후 해외로 나가야 실패 확률을 줄인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세계 시장을 동시에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실리콘밸리에는 우수 인력이 많다. 자금 출처도 다양하다. 성공 기회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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