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과 17일 이틀간 케이블TV 사업자가 KBS2 송출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상파 재전송 비용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된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당시 규제기관이 송출 재개와 협상 타결, 과징금·과태료 등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부과했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쳤다. 또 제재조치는 문제 해결에 이렇다 할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앞서 같은 이유로 지난해 4월 MBC와 SBS가 KT스카이라이프 수도권 HD 방송을 중단한 바 있다.
규제기관이 선제적으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동시에 지상파 재전송 제도를 개선, 재발 방지를 막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규제기관의 행보는 제자리걸음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재전송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마땅한 해결책과 후속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기관이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지상파 3사와 4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재전송 대가 지급 협상도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방송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중재하지 못함은 물론 급변하는 방송 시장에 늑장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다.
규제기관이 조기에 의사결정을 했다면 KT스카이라이프의 DCS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안팎의 판단이다.
DCS에 앞서 지난 2009년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IPTV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OTS를 내놓은 것처럼 방송통신 분야 기술 및 서비스 발전은 새로운 규제 정책과 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현행 규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이른바 `통합방송법` 등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합의제라는 조직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합의제 구조상 의견 수렴과 조율이 필요함에 따라 의사결정 지연이 불가피하고, 실천력이 감소해 정책 집행에 속도가 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독임제 부처로의 전환이다. 방통위와 달리 신속한 정책결정과 추진력 담보를 위해 독임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방송사업자들은 “방송 시장의 빠른 변화와 규제기관의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에는 간극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갈등과 혼란이 수 차례 현실로 구체화됐다”며 “방송의 현재와 미래를 두루 감안해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독임제 부처 등 새로운 조직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