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류]일어서는 스리랑카…한국의 IT가 `건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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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위치한 삼성SDS 사무소. 최근 스리랑카에는 외국계 기업들이 잇따라 몰려들고 있다.

스리랑카는 `축복받은(Sri)-땅(Lanka)` 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름처럼 축복을 누리지 못했다. 지난 2009년에야 `분쟁국가` 오명을 벗었다. 소수민족인 타밀족과 펼쳐왔던 27년간의 긴 내전을 끝낸 것이다. 1960년대 싱가포르 경제 부흥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할 만큼 경제력이 탄탄했지만 내전 등으로 정체기를 겪었다. 앞서 440여년간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으로부터 식민통치를 받은 역사도 갖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다고 알려진 스리랑카는 고속 성장하는 나라로 변모 중이다. 내전 기간에도 25년간 연평균 5% 이상 경제 성장을 지속한 저력을 기반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불기 시작한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변혁의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핵심 기치 중 하나가 바로 `e스리랑카, 똑똑한 시민 똑똑한 섬(Smart People, Smart Island)`으로 대변되는 공공 서비스 인프라 개선이다. 대국민 업무를 효율화하고 시민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을 핵심 화두로 삼고 있다. 스리랑카 재건의 골조가 되고 있는 이 전자정부 시스템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다시 일어서는 스리랑카…하나의 네트워크 허브로 `디딤돌`

콜롬보에 위치한 월드트레이드센터(WTC). 최근 몇 년간 중국·인도·유럽 등 외국계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스리랑카 방문 첫날 찾은 이 곳은 곳곳에서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는 콜롬보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2000만명 인구의 스리랑카는 전 국민의 75%가 불교인이다. 국민성이 선한 편이어서 프로세스를 잘 지키고 긍정적이다. 오랜 식민지 생활 영향으로 문서 업무에 능숙하고 꼼꼼하다. IT로 업무를 효율화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반을 가진 것이다.

2004년 상반기 스리랑카는 전자정부 사업을 총괄하는 정보통신기술청(ICTA, ICT Agency of Sri Lanka)을 설립하고 이듬해 세계은행과 한국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을 유입해 `e스리랑카` 프로젝트에 나선다. 레샨 데와푸라(Reshan Dewapura) ICTA CEO는 “정부의 업무를 효율화하고 추가적인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기관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기반 인프라가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I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가 2006년 e스리랑카 프로그램 일환으로 325개 정부기관 행정망을 하나로 연동하는 `행정망 구축 1차 사업`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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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재무부가 한국을 견학하고 돌아가 `한국처럼` 만들고 있는 공무원 정보화 교육장. PC 및 기자재가 설치되며 한국산 인테리어자재가 쓰였다.

LGN(Lanka Government Network)이라 불린 이 사업은 `허브`를 만들고 기본 네트워크 구축을 포함해 △보안 시스템 △인터넷전화 △이메일 시스템 △통신관련 운영시스템 등을 스리랑카 정부 측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네트워크 장비와 방화벽 설치, 바이러스 보안 시스템과 정부 기관 간 다양한 지능형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 시스템 구축, 전체 시스템의 운영 및 유지·보수를 위한 IP 콘택센터 및 네트워크 운영센터 구축, 광대역통신(WLAN)과 랜 구축 등을 진행했다.

에파싱허 ICTA 의장은 “1차 행정망 구축 사례를 배우고자 방글라데시에서 사찰단이 방문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스리랑카의 담당공무원이 특진을 하는 등 성공적 사업수행의 선례로 남았다.

이어 삼성SDS는 150개 기관을 추가로 연동하는 2차 사업을 진행, 올해까지 스리랑카 총 475개 기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었다. 스리랑카 정부 150개 기관에 기본 네트워크, VoIP 구축 및 시스템 이중화를 포함해 통신 인프라와 서비스 운영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곧 내전을 겪었던 북동부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3단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세청 재정망 구축…데이터센터도 설립

행정망 사업의 호평에 힘입어 스리랑카는 다시한번 한국 기업과 손을 잡는다. 이른바 `국세청 조세전산망 구축사업`이다. 국세청 본사와 19개 지사 대상 데이터센터 및 재해복구(DR) 센터와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스리랑카 재무부가 주관했다.

행정망 사업이 EDCF 자금이었다면 재정망 구축 사업은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의 IT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지원 사업이었다. 한국기업 간 경쟁하는 한국 차관 사업이 아닌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 국제 차관 사업이었지만 삼성SDS는 앞서 행정망 구축 사업에서 축적된 현지 경험을 기반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주해 낸다.

삼성SDS는 재무부의 교육장 구축 사업과 기상국의 콤스(COMS) 수신분석 시스템 사업을 잇달아 수행했다. 재무부 교육장 구축 사업은 하반기 완료 예정으로, 스리랑카 고위급 인사들이 한국 전자정부 벤치마킹을 위해 방한시 삼성SDS 멀티캠퍼스 교육시설 시찰 후 한국의 IT와 교육인프라가 접목된 교육시설의 필요성을 느끼고 시작된 사업이다. `한국과 똑같이 해달라`는 주문에 인테리어와 가구까지 한국산으로 들여온다. 기존 관세청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IT기자재(PC, 서버, 프린터, 비디오콘퍼런스시스템 등) 설치도 맡는다.

현재는 행정망 허브와 재무부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연계 작업을 통해 조세 업무 등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후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읍사무소에서 세무정보를 받아보기 위해 기존처럼 종이서류나 하드디스크, 엑셀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SDS는 향후 아시아개발은행 자금으로 추진되는 스리랑카 조세정보시스템 및 재정시스템 구축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는 사업 영역을 IT 인프라 구축에서 나아가, 시스템통합(SI)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노학명 삼성SDS 공공본부장(전무)은 “스리랑카에서 연이은 사업은 EDCF를 통해 수행한 한국 기업의 사업 능력을 처음 인정받은 결과였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 수행 노하우와 역량을 바탕으로 ADB나 세계은행 등 국제개발은행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콜롬보(스리랑카)=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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