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매각, 휴대폰 사업 통폐합
구글이 지난해 인수한 모토로라모빌리티의 셋톱박스 사업부문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나온 얘기다. 전문가들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30일 블룸버그는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익명의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 구글이 셋톱박스 등을 만들어 케이블TV업체에 납품하는 모토로라 홈비즈니스 사업 부문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모토로라는 이미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를 고용해 잠재적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홈비즈니스 사업부는 약 20억달러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토로라가 지난 2009년에 매각하려고 시장에 내놨을 때 가치는 40억달러였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과 경쟁을 위해 기존 스마트폰 사업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셋톱박스 사업에 자원을 투입하길 희망하지 않는데다 구글TV와 시너지 효과를 얻을 부분도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모건스탠리 측은 보고서에서 “구글은 원래부터 모토로라 특허와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애초에 다양한 사업을 하려고 인수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인수 당시 예상 시나리오는 두 가지였다. 모토로라가 셋톱박스 등 가정용 영상기기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사업자였기 때문에 구글이 관련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면서 구글TV 상용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것. 다른 시나리오는 구글이 모토로라 특허 1만7000여개만 취하고 나머지 사업부문을 조각내서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후자 시나리오가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초 구글은 360네트워크에서 구조조정을 주관한 경험이 있는 바네사 위트먼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모토로라로 영입했다. 지난달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모토로라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4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전초전이라는 것이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중국 소프트웨어센터 직원들은 이미 해고통보를 받았으며 보상 체계에 대해 논의 중이다.
캐롤라이나 밀라네시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모토로라가 사업 영역을 좁히기 위해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으로 주도권을 쥔 이상 다른 하드웨어 사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사안과 관련해 케리 코언 바클레이 대변인과 니키 펜윅 구글 대변인은 언급을 거부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