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주위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 주로 망설임 없이 웃기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 또는 차마 하기 힘든 말을 마구 하거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다.
사전적 의미의 패기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려는 굳센 기상이나 정신`을 말한다. 인터넷에서는 뜻이 약간 변형돼 민망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언행이라도 주저 없이 감행해 웃음을 주는 태도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한 솔로 여성은 카페에서 `트윈 소다`를 주문한 후 `혼자 와서 커플 음료를 시켰다`고 수군대는 주변 시선을 느끼자, 보란 듯이 컵에 있던 빨대 두 개를 양 콧구멍에 하나씩 꽂아 마셨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솔로의 패기`라는 제목으로 인기를 모았다.
최근에는 휴대폰을 초기화한 후 여친에게 `죄송하지만 누구신지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남친의 패기`가 화제가 됐다. 문에 `일본인 출입 금지. 독도는 한국 땅 세 번 외치면 들어올 수 있음`이란 표지를 붙인 PC방 사진은 `PC방 사장님의 패기`란 이름을 얻었다.
네이버 지식인에 `라면 심부름 시키는 오빠 골탕 먹이려는데, 라면에 설사약 몇 개나 넣으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올린 여성은 패기 있는 여동생이라고 할 수 있다. 패기 있는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 패기 좀 보소`라고 응답하면 적절하다.
`어떤 사람이나 상황의 문제나 약점, 혹은 거론하기 민망한 주제를 거침없이 밝혀 지적하는 말`을 뜻하는 `돌직구`와 통한다. 돌직구를 날려 웃음을 유발하는 모습을 `패기 있다`고 하는 때가 많다.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에도 등장한다. 여기서 `패기`는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끌어내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을 말한다. 위험을 감지하거나 방어하고, 최고 레벨에 오르면 내면의 기를 모아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생활 속 한마디
A:김 실장이 회장님께 450층 규모 테트리스 전문 PC방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을 보고했대요.
B:실장님 패기 좀 보소.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