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환경회의인 `리우20+`에서 우리나라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대통령이 직접 기조연설을 하는가 하면 그간 우리나라가 주도해온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국제기구로 승격시켰다.
환경문제는 자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국제 외교와 교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된다. 탄소배출권 거래도 그중 하나다. 세계는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적게 배출하는 기업과 국가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다. 배출권거래제 시행령을 마련하고 주무관청도 지정했다. 조만간 배출권거래소도 정할 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거래소 설치를 둘러싸고 한국거래소(KRX)와 전력거래소(KPX)가 기싸움을 하고 있다.
유념할 것은 어느 기관이 배출권 거래를 잘 하는지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본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가 먼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시행돼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기업이 할당된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해당 기업이 노력해 할당량보다 더 많이 감축하면 그만큼 다른 기업에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가외 소득을 올리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배출권거래소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대거 참여해 비싼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보다 할당량을 줄이도록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화력발전소가 전체 온실가스의 30%를 배출한다. 화력발전소만 참여해도 전체 배출권 거래량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거래소가 배출권거래소로 지정된다면 발전회사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화석연료 발전인지 가스발전인지에 따라 전력요금 수입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배출권 매입비용 또는 할당량을 밑도는 배출량에 따른 배출권 판매수입을 실시간 비교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거래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배출권 거래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물에 기초를 두지 않은 금융거래 방식으로 배출권을 거래하면 언제 투기적인 파생상품 거래가 기승을 부릴지 모른다.
아이슬란드의 실패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 나라는 제조업 기반 없이 외자를 유치해 금융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크게 성공하는 듯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전력은 전체 수요에 맞춰 필요한 발전량을 먼저 공급해야 한다. 발전회사가 개별적으로 발전량과 배출량을 정할 수 없다. 그만큼 전력거래소가 종합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해외 배출권거래소는 전력거래소를 기반으로 출발해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분에 참여하는 식으로 공생하고 있다. 나스닥이 노르웨이의 노르드풀에 지분 참여하고 선물거래소가 독일 전력거래소에 지분 참여한 것이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는 외국 실패 사례는 지양하고 성공 사례를 본받아 모처럼 올라간 국가 위상을 더욱 드높여야 할 것이다. 전력거래소에서 배출권거래소를 출범시키고 배출권 거래가 활기를 띠면 증권거래소가 지분 참여하는 식으로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훤일 경희대 법학교수 onepark@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