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실패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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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크든 작든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누구든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세계 기술시장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고(故) 스티브 잡스도 여러 번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중 하나가 1989년 출시한 넥스트(NeXT) 컴퓨터다. 애플에서 퇴출당한 잡스는 솔루션 회사 넥스트를 창업하고 객체지향 운용체계(OS) `넥스트스텝(NeXTstep)`을 최초로 개발했다. 여러 면에서 시대를 앞서간 제품이지만 판매량은 실망스러웠다. 하드웨어를 포기하고 OS 판매로 전환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넥스트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기업 업무용 컴퓨터 `애플Ⅲ`, 소형 데스크톱 컴퓨터 `큐브`, 작고 둥근 모양의 `퍽 마우스`, 애플의 첫 휴대폰 `아이튠스 폰` 등도 잡스에게 굴욕을 안겼다.

모든 기업과 제품이 성공할 수는 없다. 실제로는 대부분 실패한다. 그래서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는 실패작만 모아놓은 박물관이 있다. 연기 없는 담배 `프리미어`, 무색 콜라 `크리스털 펩시`, 스프레이식 치약 `닥터 케어` 등 아이디어는 좋지만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상품이 주로 전시된다. 정작 제품을 출시한 회사는 견본조차 보관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실패한 상품이다. 1960년대 말 문을 연 박물관의 공식 이름은 `신제품 교육장(New Products Works)`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이곳을 `실패박물관`이라고 부른다.

박물관 설립자 로버트 맥메스는 기업이 내놓은 신제품을 열심히 수집했을 뿐이다. 지난 50년간 각종 박람회에 참가하거나 인근 슈퍼마켓에서 무려 13만개 제품을 모았다. 그러나 매년 수집한 신제품 가운데 80∼90%가 실패했다. 신제품 전시관이 실패박물관으로 바뀐 이유다. 실패박물관은 다른 박물관과 달리 예약 손님만 받는다. 입장료가 꽤 비싼 편인데도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자는 전시관을 둘러보며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지혜와 성공 아이디어를 얻는다.

국내에도 실패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휴·폐업하거나 업종 전환한 기업의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유휴자산 포털사이트(findmahine.or.kr)를 연다. 유휴설비와 공장은 물론이고 재고품·원자재·특허기술·기술인력 등 실패 기업의 모든 자산을 공개하는 사이버장터다. 실패 기업은 자산을 매각해 재창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거나 사업 전환을 원하는 기업에도 숙련된 노하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는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쉽게 얻은 성공은 오히려 쉽게 사라진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기업이 더 큰 성공을 얻는다. 스티브 잡스가 실패한 넥스트스텝이 바로 그런 사례다. 넥스트는 1997년 애플에 인수됐고, 넥스트스텝은 당시 경영난에 허덕이던 애플을 구하는 기반이 된다. 만약 넥스트스텝이라는 실패작이 없었다면 애플은 경쟁사인 IBM, HP에 인수되고 지금의 아이폰도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실패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는 아무것도 안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실패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큰 사회적 손실이다. 실패 그 자체보다 실패의 반복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도전에서 비롯되는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만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은 성장하기 어렵다. 우리 기업에도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실패박물관이 필요하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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