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아이테니엄 지원 중단 선언을 계기로 1년 넘게 진행돼온 HP와 오라클 법정 소송이 HP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내 유닉스서버 고객들이 반색하고 있다. 제품 선택 고민에서 해방됐고 향후에도 IBM과 HP 유닉스서버의 공정 경쟁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22일 전자신문이 국내 주요 대기업 IT담당자들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담당자들이 이번 판결로 `고객 선택권을 되찾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판결 이전엔 향후 있을지도 모를 오라클의 소프트웨어(SW) 지원 중단으로 HP 유닉스서버를 계속 사용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모든 고민이 말끔하게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A제조사 인프라팀장은 “오라클 발표가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2018년 이후 SW 지원 중단 발표에 대해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IBM과 HP 유닉스서버를 선정할 때 오라클 SW 지원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그만큼 선택이 자유로워졌다”고 설명했다.
B통신사 인프라팀장은 “인텔의 아이테니엄 중앙처리장치(CPU) 개발 로드맵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단종 이유를 들어 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은 오라클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받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C금융사는 더 이상 오라클 SW의 아이테니엄 지원 중단 여부가 이슈가 되지 않게 됐음을 사내 세미나 시간에 공지했다. 이 회사 구매팀장은 고객 선택권을 되찾게 된 것이 이번 판결의 의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오라클이 항소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수년 안에 두 회사 간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오라클에 불만을 털어놓는 담당자도 있었다. D제조사 인프라팀장은 “수많은 IT종사자들이 고객 선택권을 박탈하는 오라클의 일방적 발표에 불만이 많았다”면서 “가뜩이나 고가의 오라클 DB에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분쟁이 향후 국내 DB 시장 변화에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과 HP의 법정 소송은 지난해 3월 오라클이 인텔의 아이테니엄 개발 로드맵이 없다며 2018년 이후 차기 SW 버전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유일한 아이테니엄 기반 유닉스서버 제조사로 오라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HP가 이에 반발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라클의 결정은 선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한 오라클이 유닉스서버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의 내놓은 무리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주장과 달리 인텔은 현재 투퀼라에 이어 내년 초 폴슨 CPU 출시, 이후 키슨 CPU 출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이 항소한다고 하더라도 승소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게 업계 평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