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세대가 `낀 세대`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자주 한다. 1950년대에 태어나 어려서는 6·25 전쟁 폐허 속에 가난의 고통을 경험했고 철든 이후에는 군사독재와 민주화 투쟁, 또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 발전 한 가운데 있었던 세대다. 한편으로는 준비 없이 1950·1960년대 농경사회에서 1980·1990년대 산업사회를 지나 2000년대 지식정보화사회라는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 힘없이 휘둘린 `억울한` 세대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발전한 국가를 후손에 물려줄 수 있어 자손에 부끄럽지 않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요즘 자주 `만약에`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만약에` 1960·70년대에 우리나라가 중화학공업인 자동차·조선·제철·화학공업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 1980년대에 삼성과 현대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 5공 시절 행정전산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 초고속국가망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 1990년대 교육정보화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 정부전산화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가 현실이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면 솔직히 등골이 오싹하다. 당시 미래를 본 리더의 혜안과 리더십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함께한 모든 사람의 노력에 감사하게 된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철이 돌아왔다. 여당은 대선 후보를 결정했고 야당은 대선 후보 경선을 진행 중이다.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될지 궁금하다. 국민이 차기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내적으로는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있겠는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시절에는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해왔는지 어깨너머로 보고 열심히 배워서 앞선 나라를 따라왔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빨리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오히려 앞선 사례가 더 많다. 새로운 리더십에서는 `열심히`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이 `잘`되기 위해서는 지식정보사회라는 새로운 시대 변화 흐름을 읽을 통찰력과 혜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감(感)`이 아니라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 정보기술(IT)로 세상이 변하는데 IT에 무지하거나 무시해서야 되겠는가.
지금 인류가 새로 발견한 신대륙 가상공간을 둘러싼 영토 분쟁이 한창이다. 일명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100여년 전 우리 선조가 세상 변화에 무지하고 변화를 두려워해 쇄국주의를 선택했다가 후대에 어떻게 고통을 줬는지 우리는 잘 안다. 전통적인 속지주의(屬地主義)적 사고방식을 못 벗고 관행처럼 가상공간 속에 가상국가 영토 장벽을 쌓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가상공간 속의 섬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최근 IT 업계에서는 현 정부에서 여러 부처로 분산시킨 IT 컨트롤타워 기능을 차기 정부에서는 다시 통합해 옛 정보통신부 같은 독임부처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경제·문화·교육·예술 등 우리나라 전 분야에 IT를 확산하고 접목해 국가 경쟁력을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리더십이다. `만약에` 그렇게만 된다면 독임부처가 아니라 더한 것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그런 `만약에`가 현실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준형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장 jhkim@kh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