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Review] 블랙박스 시대! "이제 목소리 크고 배 째라고 누워도 소용없다"

#1. 몇 달 전 `장롱 면허`를 꺼내 새로운 마음으로 운전을 시작한 정인희씨(28세)는 `왕초보`다. 그나마 차를 구매하며 장만한 블랙박스가 위안이 된다. 정씨는 “경험이 부족해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기 막막했는데 블랙박스가 있으니 객관적으로 사고 정황을 파악할 수 있어 안심”이라며 “아마 블랙박스가 없었다면 운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 박두용씨(38세)는 신호대기 중 앞차의 후진으로 충돌 사고를 경험했다. 앞차가 천천히 뒤로 밀리더니 박씨 차와 부딪힌 것. 황당한 것은 앞 차량 운전자가 내리더니 다짜고짜 욕설을 하며 `왜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박느냐`고 따진 것이다. 박씨는 함께 목청을 높이는 대신 침착하게 “당신 차량이 후진을 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자”고 대응했다. 그 자리에서 영상을 확인한 앞 차 운전자는 더 항의하지 못하고 차량 수리에 합의한 뒤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나갔다.

블랙박스 장착 차량이 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고 동영상을 공유하는 사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자차 사고 순간뿐만 아니라 주행 중 도로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고 영상이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다. 아찔한 천공기 사고 영상,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이 차에 치인 사고 영상 등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담은 생생한 증거물이 됐다.

블랙박스는 불합리한 교통사고 배상 판정을 뒤엎는 증거물로 활용된다. 고의적 급정지나 과도한 끼어들기로 억울하게 잘못을 뒤집어쓰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블랙박스 영상으로 잘못 유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돼 환영받고 있다.

주차 차량 파손자나 뺑소니 운전자를 검거하는 사례도 잇달아 생기고 있다. 주차 중에도 영상을 녹화하는 기능을 이용해 운전자가 없을 때도 차량 주변 정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단계 나아가 블랙박스 영상은 범인 검거에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6월 제주도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날치기범 검거에 블랙박스 영상이 한몫 톡톡히 했다. 범행 지역 주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범행 장면과 범인의 차량 번호를 파악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범인을 검거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방송에는 블랙박스에 찍힌 차량 사고 당시 모습이나 범인 행적이 담긴 영상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블랙박스의 유용성과 활용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100만대 시장 예상=블랙박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아직 내비게이션 보급률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블랙박스 시장이 내비게이션 시장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업체가 속속 진출하고 있다. 제품 기술 진입장벽도 낮아 시장 초기 단계인 현재 150여 업체가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산 제품까지 합치면 300여 제조사 제품이 유통되는 셈이다. 국내 유망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공급해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2010년 25만대, 2011년 50만대 규모로 갑절가량 성장했다. 올해에는 100만대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블랙박스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업체들은 제품군 확대와 주도권 잡기 경쟁이 한창이다. 팅크웨어는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쌓은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블랙박스 시장에서도 1위 입지를 굳히고자 공격적 TV 광고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타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해 온 아이트로닉스, 오라컴, 유리디지컴, 두코를 비롯해 IT기기 전문기업 코원도 블랙박스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력은 기본, 사후서비스로 승부 건다=국내 블랙박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이에 제조사의 기술력이나 사후서비스 체계를 살펴보지 않고 저렴한 가격 위주로 구매했다가 낭패를 겪은 사례를 인터넷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폭염 때문에 차량 내 온도가 상승하면서 영상 품질이 떨어지는 열화현상이 발생하거나 전원이 차단돼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다. 제품 수리를 위해 제조사에 연락했지만 해당 회사가 없어졌거나 사실상 수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등 사후서비스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도 있다.

이에 관련 업계는 향후 소비자 선택에서 사후서비스 지원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별도 서비스 지원센터를 열어 적극적으로 사용자 응대에 나서며 신뢰도 확보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술 진입장벽이 낮은 블랙박스 특성상 품질을 기본으로 사후서비스까지 완벽히 지원하는 제품이 장기적으로 시장 선두권에 올라 지속적으로 사업을 구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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