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제품이 난립하는 국내 블랙박스 시장에서 오라컴과 유리디지컴은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품질과 성능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라컴은 현대모비스의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품질 대표기업으로, 유리디지컴은 기술 투자에 집중해 신기술 적용과 제품 안정성 구현에 탁월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두 기업은 천편일률적인 기존 블랙박스와 차별화한 새로운 제품으로 올 하반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블랙박스 본연의 기능에 더욱 충실하면서도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인터뷰] 오라컴 “순정 부품사의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 통과”
“현대모비스의 까다로운 기술 테스트를 모두 통과, 품질은 오라컴이 1등입니다.”
MP3·MP4플레이어, PMP, DMB 플레이어 등 멀티미디어 기기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오라컴이 블랙박스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오랜 IT기기 사업 노하우와 기술을 차량용 블랙박스에 접목한 결과 현대모비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아 블랙박스를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오라컴(대표 정태국)은 지난 2001년 LG전자 휴대폰 단말기와 해외 MP3플레이어 OEM 공급 사업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자체 개발·생산한 MP3플레이어, DMB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를 `오라컴(ORACOM)` 브랜드로 국내외에 공급하며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다.
블랙박스 시장 진출은 프리미엄 중대형 차량용 통신모듈 사업 경험과 정 대표의 자동차 AVN 개발 경험이 주효했다. 자동차 전장제품이 어느 정도 품질 수준을 요구하는지 익숙했다.
이 때문에 오라컴은 품질을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운다. 기존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이 `브랜드`였다면 블랙박스 시장은 제조사의 기술과 품질 신뢰성이 최종 선택 기준이 된다는 것이 정태국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멀티미디어 기기 사업을 하면서 품질을 갖추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각 개발 단계마다 품질 검증 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품질 테스트를 한 달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품질을 중시하는 원칙 때문에 오라컴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의 공식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타 제조사들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현대모비스의 전장 신뢰성 시험규정을 모두 통과해 OEM으로 블랙박스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현재 오라컴의 `HDR-1510`과 `HDR-1710` 제품은 현대모비스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신제품 `HDR-1750`도 오는 10월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전국 택시조합에도 제품을 공급했으며 일본, 러시아, 미국,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오라컴은 올 하반기 색다른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과속, 급출발, 급브레이크 등 운전자의 운전습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며 이를 블랙박스와 연동하도록 구현했다.
정 대표는 “바른 운전습관은 연료 절약과 환경 보호를 실현할 수 있고 승객 서비스에도 중요하다”며 “국내외 기업 시장에서 운전 습관 데이터를 파악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상당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아이디어와 기술로 승부건 `유리디지컴 스마트아이`
`무선인식(RFID) 단말기, 내비게이션, GPS, PDA 생산 기술을 모두 녹였다.`
유리디지컴(대표 백창현)은 지난 2003년 설립 후 다양한 IT기기를 전문 생산하며 안정된 생산 노하우와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전문 연구소를 통해 유리디지컴만의 선도 기술을 발굴 개발해왔으며 지난 2011년 첫 블랙박스 제품을 선보이며 결실을 맺었다.
유리디지컴은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전자 기업들의 MP3 플레이어, PDA, PMP,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내비게이션, DMB, 넷북, GPS, ATM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
다양한 품목에 걸친 오랜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8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첨단 기술력 확보에 매진한 결과 자체 브랜드를 내건 내비게이션, RFID 리더기, 해외향 레저용 GPS 등을 출시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제품 관련 소프트웨어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품질과 사용 편의성을 향상해왔다.
유리디지컴은 블랙박스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 2011년 7월 첫 블랙박스 `스마트아이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후 2채널과 HD급 제품을 선보였으며 올 하반기에는 풀HD급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리디지컴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 상반기 홈쇼핑에 진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 홈앤쇼핑에서 진행한 블랙박스 판매 방송이 좋은 반응을 얻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것.
홈앤쇼핑 측이 지난 상반기 히트상품을 집계한 결과 유리디지컴의 블랙박스 `스마트아이`는 매출 50억원을 기록하며 인기 제품 3위에 등극했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얻은 성과라는 것이 이 회사 백창현 대표의 설명이다.
백 대표는 “고해상도 LCD 화면을 탑재했지만 일반 제품과 유사한 가격대로 책정한 것이 주효했다”며 “9월에는 LCD 화면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고사양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제품은 녹화된 영상 중 앞 차 번호판을 명확히 알고 싶을 때 해당 부분을 터치하면 번호를 추출해 제공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유리디지컴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적용해 한층 더 정확한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백 대표는 “블랙박스 고유 기능이 더욱 충실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제품을 기획하게 됐다”며 “HD급 블랙박스에 대한 특허 출원에 이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후서비스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체 콜센터 직원 8명과 기술 엔지니어 3명이 서비스를 전담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백 대표는 “올 상반기 블랙박스를 약 10만대 판매했다”며 “상반기 매출 90억원을 달성했으며 하반기 매출은 더 늘어난 15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