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간 4번 함께 창업한 파트너

1997년 카이스트(KAIST) 전산과 3학년 장선주 학생은 학교를 지나다 동아리 선배 노정석을 만났다. 평소 인사 정도나 하고 지내던 선배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너, 나랑 회사 한 번 만들어보지 않을래?”

이듬해 장선주는 노정석 선배를 따라 정보보안 업체 인젠에 합류했다. 네 번의 창업으로 이어지는 긴 인연의 시작이다. 처음 알게 된 1995년부터 따지면 17년째다. 두 사람은 경영자와 엔지니어로 호흡을 맞추며 벤처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봤고 지금 아블라컴퍼니에서 대표와 개발 팀장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인젠 창업에 동참했던 두 사람은 독립해 젠터스라는 회사를 2002년에 세웠다. 한참 각광받던 정보보호 업종이었지만 결과는 쓴 맛을 봤다. 두 번의 창업을 경험한 두 사람은 더 많은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SK텔레콤과 삼성전자로 흩어졌다.

두 사람은 2005년 다시 의기투합했다. 블로그 업체 태터앤컴퍼니를 만들어 승승장구했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 최초로 구글이 인수했다. 둘은 미국 구글 본사에서 함께 일했지만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창업 열기를 참기 어려웠다.

노정석 대표가 먼저 한국에 돌아와 아블라컴퍼니를 창업했다. 장선주 팀장이 몇 개월 후 합류했다. 네 번째 창업이다. 장 팀장은 현재 아블라컴퍼니에서 인증샷 SNS `픽쏘` 개발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경영과 기술을 보완하는 관계, 오랜 대화와 신뢰로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학교 간 해킹 대결로 경찰서 신세까지 진 해커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노 대표와 순도 100% 개발자 장 팀장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찰떡궁합이다.

노 대표는 “장 팀장은 학부 때부터 개발 능력이나 태도 등이 남달라 눈여겨봤기에 망설임 없이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학생 시절 KAIST 기숙사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는 등 눈에 띄는 수재였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맡겨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신뢰를 쌓아 왔다.

장 팀장은 “자신의 가치를 잘 알아주고 믿어주는 사람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창업자 스타일의 노 대표와 꼼꼼한 개발자 성향의 장 팀장이 시너지를 내왔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하며 공통의 목표를 찾아내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젠터스 실패 후 뼈저린 아픔과 함께 서로 조금씩 성숙해 간 경험도 둘 사이를 더 굳게 했다.

아블라컴퍼니 기업 문화도 경영과 개발의 관점 차이를 메우려 끊임없이 대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개발자도 사업에 깊이 관여한다. 노 대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개발은 빠르게 끝내자는 방침”이라며 “강도 높은 팀 내부 및 팀 간 대화를 통해 공통의 방향을 조율하는 구글 문화를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직원은 `워커`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믿는다. 노 대표가 `파트너`를 찾는 원칙은 간단하다.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뽑는 것이다. 성공을 향한 열망과 이를 위해 뜻을 모을 수 있는 태도를 능력 못지않게 중시한다. 17년 인연 파트너와 함께 하며 얻은 교훈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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