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을 모두 x86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두려움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x86 환경에서 운영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KT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추세이고, 일부 글로벌 통신사들은 적용해 왔기 때문에 자신있었다. 지난 7월 2일 ERP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 이후 단 한번의 장애도 없었다. 평균응답시간도 1초 미만을 유지하는 등 성능 측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KT의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 역시 SDP, ERP 등을 적용하면서 많이 업그레이드됐다. 향후 빌링시스템 등은 전혀 시행착오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KT의 IT는 2012년도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정도로 전혀 다른 구조의 시스템으로 변화했다.
--ERP 시스템 운영 후 체감하는 가장 큰 효과는 무엇인가
▲사내 IT 시스템 접속 아이디로 사용돼 온 9자리 사원번호를 SAP 패키지 표준에 맞춰 새로운 8자리 사원번호로 바꿨다. 임의의 숫자를 부여해 개인의 식별 유추가 불가능하게 됐다. 또 다른 변화는 정확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3만여 KT직원 개개인이 BIT ERP 시스템에서 정해진 표준 활동과 프로젝트별로 어떤 비즈니스모델(BM) 혹은 서비스를 위해 업무를 수행했는지 입력할 수 있게 구현됐다. 지금까지는 70여개 미만의 BM 단위로 손익을 관리해 왔다. 이제는 원천 정보와의 정확한 연계와 함께 220여개로 구분되는 상세 단위 BM의 수익성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빠른 사업의사결정 지원과 함께 관리체계의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실제 프로젝트 추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BIT를 하고자 했던 것은 KT의 지금 매출이 2000년대 초반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 통신 네트워크 사업으로는 성장을 이루기 힘든 구조였던 것이다. BIT 프로젝트는 KT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DNA`를 바꾸는 것이었다. 성형 수술도 힘들고, 다이어트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본성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SAP ERP는 KT의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KT 스스로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특히 현업들이 직업 참여하고, 책임감 있게 일했던 것이 주된 성공 요인이다. 게다가 CEO가 매달 세부 사항을 상세하게 챙기면서 현업의 오너십을 강조했던 것이 프로젝트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SAP의 글로벌 전문가를 통한 기술 지원과 외부 컨설팅 인력들의 도움도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7층 프로젝트실에는 각국에서 온 해외 전문가들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향후 ERP 관련 추가 고도화 계획 및 확장 사업이 있는가.
▲ERP 구축으로 사내 표준 프로세스 및 거버넌스 체계를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2~3년간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단계적인 혁신 활동을 통해 데이터·시스템 경영이 정착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 외 그룹사의 경영관리 수준 또한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ERP 확대 적용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T의 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