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양학선 신드롬과 기업 경영

Photo Image

가히 신드롬이다. 양학선 얘기다.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이 지난 주말 입국했다. 공항 입국장에서 그는 옛날의 그가 아니었다. 자고 나니 달라졌다는 말이 실감날 법하다.

그는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모든 국민이 흥분했다. 1996년 여홍철이 `여1` `여2` 신기술을 선보이며 금메달 도전에 나섰지만 분루를 삼켰다. 2004년 양태영도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주형·유원철도 좌절했다. 금메달은 먼 나라의 얘기인 듯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그의 능력과 노력 덕분일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최고난도 `양1` 기술이다. 이미 `여1` `여2` 기술을 소화해냈던 그다. 단신을 장점화한 최고의 실력과 체계적인 훈련이 밑바탕이 됐다. 가난한 부모의 헌신도 뒤따랐다.

말 그대로 성공스토리 라인의 전형이다. 자신의 단점과 가난을 극복한, `개천에서 용 난` 완벽한 감동의 드라마다. 더욱이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아들에게 헌신한 부모와 그 부모에게 효도하겠다는 스토리는 올드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부는 세습되고 타고난 환경이 삶을 결정한다는 나약할 법하지만 명징한 어느 사회학자의 세태 분석이 그의 등장으로 무색해진 셈이다.

기업의 본질도 같다. 세계시장에서 값진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독창적인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도 `양1`과 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의 원천이 있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6조7000억원이라는 실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삼성의 실적에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소니, 노키아와 비교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에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여홍철과 양태영이 금메달 도전에 나섰다가 목표를 이루지 못했듯 생존을 놓고 벌이는 기업 경영의 세계는 리스크의 연속이다. 더구나 우리 기업의 성과는 상당 부분 패스트팔로어 전략의 결과다. 기업의 성과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경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학자나 기업 경영자의 입에서 퍼스트무버가 되기에는 투자 부담과 앞선 전략의 위험이 너무 커서 적당히 2등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술과 디자인, 사용자환경(UI) 등 각 부문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 삼성과 애플이 벌이는 특허 전쟁을 보라. 삼성은 애플이 유기적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아군이면서 휴대폰과 같은 세트 품목으로 가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적군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애플이 삼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지문인증 모바일 전문업체 오센텍을 최근 전격 인수했다는 것이다. 전선이 보안쪽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특허 경쟁이 보안쪽으로 전이되면서 기업 간 새로운 패권 경쟁이 불가피하다.

단언컨대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는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 그의 금메달 역시 같은 이치다. `양1`과 같은 지속적인 선도기술을 만들고 익혀서 경쟁자를 압도할 때만이 가능한 얘기다. 우리만의 혁신을 이어가라는 것이다. 삼성만의 제품을 개발하고 LG·팬택만의 창의력으로 우일신하라는 것이다. 우리만의 창조적인 제품 개발과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이 세계 최고가 되고 영속하기 위해서는 그처럼 정직하게 일하고 독창적인 노력을 배가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어야 한다. 퍼스트무버의 결과가 기존의 방법론을 뛰어넘는 `양1` `양2` `양3` 기술의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