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51>경계(境界)와 경지(境地):`경계`를 넘어서야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경계는 이곳과 저곳이 만나는 접점이며, 두 가지 다른 영역이나 분야가 만나는 접경지대다. 경계는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로 변화하는 전환점이며, 확연히 다른 세계가 대치하고 있는 긴장 지대기도 하다. 경계는 전혀 다른 세계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세계로 변신하는 변곡점이기도 하다. 두 가지 이질적 영역이나 분야가 접경지대에서 이전과 다른 접선과 접목이 시도되면서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탄생한 새로운 문명도 접경지대에서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면서 꽃이 핀 것이다. 접경지대에서의 낯선 문화와 접선과 접촉이 이종 결합하면서 전대미문의 새로운 문명의 꽃이 피는 것이다.

함민복 시인도 `모든 경계에 꽃이 핀다`는 시구를 남겼다. `경계(境界)`는 넘어서지 못할 `한계`가 아니라 또 다른 `경계`와 새로운 `관계`맺음이 시작되는 접경지대다. `경계`는 `경계(警戒)`할 지점이 아니라 경이로운 기적이 일어나는 출발점이다. 경계 너머의 `경지(境地)`를 추구할 때 `경계`는 `한계`가 아니라 `경탄`해 마지않는 경이로운 기적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양극단의 스펙트럼을 포용하고 인정할 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우리말에는 경계가 모호한 것이 많다. `들락날락` `오르락내리락` `갈까 말까` `할까 말까` `보일락 말락` `시원섭섭` `하는 둥 마는 둥`처럼 양극단의 말이 하나의 단어에 접목돼 있다. 우리말은 양자택일의 논리가 아니라 양자병합의 논리가 어느 나라 말보다 통용되는 언어다. 경계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고 양극단의 경계가 하나의 단어에 어울려 있다.

경계를 넘어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논리가 아니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극단의 경계를 포용하고 인정하면서 제3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 안과 밖, 위와 밑, 혼돈과 질서, 슬픔과 기쁨처럼 두 가지 극단의 경계 상태나 정서를 하나로 끌어안는 가운데 경지를 넘어서는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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