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목 잡는…글로벌 '특허괴물'에 비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인터디지털 LTE 표준특허 후보기술 한국 내 출원·등록 현황

국내 휴대폰 업계가 글로벌 `특허괴물(Patent Troll)` 파상공세로 비상이 걸렸다.

급변하는 스마트폰 환경에 힘겹게 적응한 뒤 롱텀에벌루션(LTE)폰 주도권 확보에 나선 한국 기업이 특허전 악재에 자칫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허괴물은 애플·노키아 등 경쟁 제조사와 달리 맞소송을 통한 크로스 라이선스로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거액의 로열티를 고스란히 물어내지 않으려면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커지는 특허괴물 공포=인터디지털·인텔렉추얼벤처스·플랫월드 인터랙티브스·록스타비드코 등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기업(NPE:Non-Practising Entity)이 국내 기업에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생산·판매 활동 없이 특허권 매집과 행사로 수익을 추구하는 NPE는 400개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NPE 인터디지털은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해 로열티를 받아냈다. 팬택도 인터디지털과 인텔렉추얼벤처스에 특허사용료 대가로 지분을 넘겼다.

최근에는 플랫월드 인터랙티브스가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LG전자가 자사 터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최대 주주인 록스타비드코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이 와이파이, 동영상 재생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합의나 배상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괴물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통신·영상·SW 등 ICT 집합체며 기술 혁신 속도가 빠른 스마트폰과 관련된 특허 분쟁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TE 특허공세 점화=글로벌 NPE가 최근 주목하는 부분은 LTE 기술이다. 내리막길인 2G, 3G와 달리 LTE는 성장 단계에 접어든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허청이 지난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터디지털이 한국에서 출원한 LTE 표준특허 후보기술은 32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8건이 등록됐다. 절반에 달하는 160건은 심사 대기 중이다.

인터디지털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618건과 155건 특허를 출원했다. 이 중 77.8%와 55.5%가 심사과정을 밟고 있다.

자연스레 올 연말을 기점으로 특허괴물의 LTE 기술특허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우 특허청 네트워크심사팀장은 “NPE와 한국 ICT 기업 간 특허공방은 LTE 시장 활성화에 맞춰 또 한 번 심화될 것”이라고 점쳤다.

◇체계적 대응방안 마련해야=2006년 이후 매년 인터디지털 특허 수익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다. LTE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쏟는 한국 기업이 특허공세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업계는 NPE 특허침해 주장 중 상당수는 일방적인 내용이 많은 만큼 냉정하고 객관적인 대응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세적으로 특허협상에 나서 스스로 상대 특허를 인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특허괴물이 평범한 사안을 이슈화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분석을 거쳐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특허와 표준화 경쟁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특허전문가는 “NPE는 A라는 기술을 출원하는 동시에 A-1, A-2 형태로 수많은 유사 기술을 함께 출원하며 틈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지식경제부 차세대이동통신 프로그램디렉터(PD)는 “대기업은 원천기술 확보에 힘써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정부 특허분쟁예고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상시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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