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식기세척기에 이어 세탁기와 청소기 비교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어 국내외 가전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외산 가전 업체들은 `수입 가전을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매한다`는 지적까지 있어 속앓이 중이다. 한국형 표준 전압·전파 규격에 맞는 제품을 별도 생산하는데 따른 추가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현지가격과 한국내 판매 가격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이 K-컨슈머리포트를 통해 식기세척기 비교 테스트를 진행한데 이어 국내외 청소기와 세탁기 비교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향후 냉장고 등 더 다양한 백색가전도 비교 대상 품목이 될 가능성이 있어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수입가전 업체들은 국내 가격을 문제 삼을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본사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외산 가전은 한국과 정격전압과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에 전기 소모량이 많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경우 필수적으로 한국향 제품을 별도 생산해야 한다.
한국의 정격전압과 주파수는 220V 60㎐며 이 기준을 충족하는 가전제품만 국내 판매할 수 있다. 유럽은 230V 50㎐, 미국은 120V 60㎐로 국가별 기준이 다르다.
문제는 주파수다. 전압은 허용 가능 범위가 210~230V, 110~120V 정도이고 별도 변압기를 사용하면 제품 안전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주파수는 호환이 되지 않아 해당 국가에 적합한 부품을 사용해 별도 생산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밀레, 지멘스 등 대형 가전을 국내 공급하는 업체들은 한국향 제품을 본사에서 별도 생산하고 있다. 최소 기준 이상의 물량을 주문해야 하고 한국 주파수에 맞는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을 별도 구매해 탑재해야 하므로 대량 생산하는 타국향 제품보다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별도 생산라인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추가 비용 발생 요인 중 하나다.
별도 생산에 따른 추가 비용 때문에 보급형 모델이 아닌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급 위주로 선별해 유통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전압과 주파수가 동일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밖에 없어 대량 생산도 불가능하다.
월풀 등 미국산 제품의 경우 유럽산 제품 대비 주파수 문제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변압기를 별도 장착하거나 한국 소비자를 위한 별도 기능을 탑재하는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핸드블랜더 등 소형 가전의 경우 변압기를 별도 장착할 공간이 부족하고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는 물 침투에 따른 위험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외산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핵심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변압기만 추가 장착하거나 기존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변압기를 장착하면 전기 소모량이 30% 이상 증가하고 모터 등 핵심 부품 수명이 단축되는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추가 비용 문제 때문에 본사 제품을 그대로 유통하면 당장 고장 나지 않아도 결국 소비자가 품질 저하로 손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향 제품을 위해 별도 부품을 쓰고 원산지 표기 등까지 모두 하면 본사 제품 가격 대비 약 20%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반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더 비싸게 판다`는 시각만 있는데다 소비자원 테스트 시 잘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있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