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통화정책회의 앞두고 숨죽인 증시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전문가들은 2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 매입 프로그램 재개나 3년 만기 장기 대출 프로그램 등 부양책이 나오면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나흘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71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외국인 매수는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의 관심은 ECB 통화정책회의에 쏠리고 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2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 매입 프로그램 재개나 3년 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같은 부양책이 나올 경우 시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날 증시가 보합권에 머물렀듯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재개는 독일과 비독일 진영간 대치구도로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1일 미국 연방공개준비위원회(FOMC) 회의와 2일 ECB 회의라는 양대 이벤트에 직면해 있다”며 “FOMC 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조치를 단행하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겠지만 ECB 회의에서는 국채직접 매입이 재개되지 않으면 스페인은행 직접지원 무산과 같은 실망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일 ECB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와 드라기 ECB 총재가 회동을 추진하는데 양측이 각각 독일과 비독일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ECB 회의 결과에 대해 예단하기보다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1일(현지시각) 개최되는 미국 FOMC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든 상황이다.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선언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 상황이 최악이 아닌데다 지난 6월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했기 때문에 경기 부양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그는 ECB 정책회의를 통한 국채 매입이 재개돼도 연말까지 유럽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곽 연구원은 “현재 ECB의 여력은 1900억유로로 유로존의 운명을 가를 유럽안정기구(ESM)가 출범해도 실탄은 없는 상황이 된다”며 “오는 9월 12일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후에도 유로위기 해법은 단기간에 결실을 맺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있지만 국제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가 이어지고 있어 매수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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