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버 린치는 그릇된 애국주의다

지구촌 최대 축제 런던 올림픽이 오심으로 얼룩졌다. 수영 박태환과 유도 조준호에 이어 펜싱 신아람까지 우리나라 선수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4년 동안 흘린 땀이 오심 탓에 수포로 돌아간 선수의 참담함은 미루어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오심은 명백히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일부 네티즌의 사이버 린치는 매우 우려스럽다. 이들은 오심 경기에 출전한 상대방 외국 선수의 페이스북에 인신 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글은 물론이고 사진까지 동원해 조롱했다. 욕설이 난무하고 저주가 이어졌다. 선수 당사자의 애인 페이스북까지 공격하자는 선동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오심의 희생양이 된 국가대표 선수의 비통함을 함께 느끼지만, 일부 네티즌이 저지르는 분풀이 행동은 사이버 린치와 다름없다. 그릇된 애국심의 발현이다. 글로벌 시대 국격을 떨어뜨리는 치기 어린 행동이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징을 악용한 처사다.

인터넷의 집단주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녀, ○○남으로 나타나는 개인정보 폭로, 이른바 신상털기가 대표적이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과 지인의 개인정보마저 마구 들춘다. 집단적 사이버 공격 앞에 프라이버시와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뉴스 댓글도 보기 민망할 정도다. 기본적 예의는 사라지고 원한과 선동만이 판을 친다.

인터넷의 보편적 자유를 막는 규제도 문제지만 일부 네티즌의 망나니 같은 행동도 합리화할 수 없다. 규제 반대와 자정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 선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신 억울한 패배를 당한 국가대표 선수의 페이스북이나 미니홈피를 찾아가 격려의 글을 남기는 성숙한 네티즌의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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