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일본도 특허를 산업으로 인정하는데 우리 정부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누구나 하는 그런 비즈니스로 봅니다.” 지식재산업체 대표 말이다. 업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축돼 있다. 특허를 제대로 이해하고 잠재 가치에 걸맞게 평가하라는 것이다. 지식재산(IP)이 크게 부각되지 않던 과거처럼 적당히 지원하고 평가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라는 요구다.
업계가 정부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이 확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해서다. IP는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산업이 뜨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가 모여야 한다. 돈이 안 되는 분야에 사람이 오진 않는다.
1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다른 기업이 침해했다고 가정하자. 변호사를 고용해 어렵게 승소했는데 배상액이 고작 1억원이라면 개발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새 특허를 개발 의욕이 꺾일 것이다. 업계가 특허 경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현실성 있는 손해배상액 책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액 제도`를 적극 검토하자고 요구하는 배경이다.
특허 관련 기관에서도 트렌드에 맞게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삼성·애플 특허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굴지의 대기업은 특허에 사활을 건다. 개발비 얼마로 적당히 가치를 정할 수 없는 시대다. 글로벌 흐름에 맞아야 한다. 전문성부터 갖추자는 이야기다.
특허법원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담당 판사의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특허 법원은 각 지방법원에서 판사를 직접 뽑는다. 이공계열 전문 변호사를 뽑아 외국 연수를 비롯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특허 트렌드 이해도를 높인다. 전문성을 키워 기업과 함께 이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당연히 관련 비즈니스가 크게 일어난다.
특허 유관 정부 발주 사업 가액도 마찬가지다. 외국사례를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지만 벤치마킹은 필요하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특허 가치가 올라가면 충분히 이유가 있다.
최근 한국영문특허초록(KPA) 오역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일부에서는 특허 등록 자체를 영어로 받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기술자가 많아서다. 상당수 기업은 국내 출원 후 해외에 출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등록 과정에서 부담이 크겠지만 기업에게는 커다란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식재산서비스업체 대표는 “우리가 한·중·일 지식재산서비스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언어 측면에서 우리는 일본어와 중국어가 능숙한 사람이 많고 기술적으로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 특허전쟁으로 국민의 지식재산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며 “정부가 인식을 바꾸고 인프라만 제대로 갖춘다면 경쟁력도 이른 시일 안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P 업계에서 요구하는 특허 선순환 구조
김준배·권동준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