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요즘 부쩍 어깨가 처져보이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출입기자들에게 `삼계탕 오찬`을 자청했다. 지난 27일 얘기다. 이 자리에서 권 원장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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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해 보인다는 말에) 그런가요. 지난주 일본에 출장 갔다 오고 나서 몸무게가 많이 줄었습니다. 작년 3월 말 부임 이후 소비자, 서민 보호를 많이 외쳤지만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근 불거진 금융회사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은행의 가산금리, 감사원 지적사항 등을 에둘러 말하는 그의 표정은 신산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우리가 신경 쓰고 챙겼으면 우리 선에서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랬으면 이런 문제 제기나 비판도 없었을 것인데, 이제는 정말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은행별 금리 비교 공시와 관련해서는 “은행별로 시스템이 다르고 복잡해서 비교 공시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용등급별 평균 몇 %로 제시하는 것은 가능할 테고, 소비자는 자신의 등급을 기준으로 은행별 제공 금리를 적용 금리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면 굳이 가산 금리를 많이 붙이는 금융회사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게 권 원장의 설명이다.


권 원장을 다시 만난 건 지난 31일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특별강연회장에서다. 이날 권 원장은 지난번 삼계탕 오찬 때 거론했던 `금융 소비자 보호 대책`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가계부채 잠재 위험을 알릴 조기경보지표를 개발해 정밀 감시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대응계획을 만들어 운용하겠습니다. 지표에는 가계부채 증감량과 원리금 상환부담, 신규 연체 증감률, 부동산 가격 동향 등이 반영될 것입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권 원장은 경기 침체로 고통이 심한 서민과 저신용층의 금융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민생금융 체감지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이 지수는 서민 등 취약계층 대출 비중 등 금융 접근도를 비롯해 금리 수준, 자금 사정(은행 한도대출 소진율, 가계부채 연체율 등), 금융비용 부담, 금융 서비스(민원 발생) 등 부문별 민생금융 지표를 수치화하는 것”이라며 “`서브프라임(비우량) 신용등급 평가체계`를 도입,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의 신용등급을 세분화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저신용층의 이자 부담이 가벼워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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