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령 이정운 변호사와 떠나는 IT법률여행]⑫인터넷 임시조치

안녕하세요! 김앤장 법률사무소 안미령·이정운 변호사입니다. IT 법률 여행을 떠난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 종착역입니다. 저희와 함께 떠났던 전자신문 독자들에게도 알찬 여행이 됐기를 바랍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녀, ○○남 등의 신조어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 용어들은 대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이른바 `신상 털기`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사례도 있습니다.

더욱이 일부 사건에서는 처음에는 특정 당사자가 잘못한 것처럼 인터넷에서 여론이 형성되다가 CCTV 등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발견된 후에야 비로소 여론이 잠잠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결백을 밝혀 줄 자료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경우 당사자는 반박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녀, ○○남으로 살아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또 반박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시기를 놓친다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억울하게 ○○녀, ○○남이 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인터넷상 임시조치 제도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길동이는 좋아하는 야구경기를 관람한 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몹시 피곤해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무릎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길동이와 같은 야구 유니폼을 입고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너무 깊게 잠이 들어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자고 있는 것이었다. 화들짝 놀란 길동이는 바로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다음날 인터넷상에는 `지하철 ○호선 야구커플`이라는 제목으로 길동이의 사진이 게시됐다.

이 같은 일은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인터넷상 일정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 즉 임시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신고가 있으면 30일 기간 내에서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 이하 ISP)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차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1998년 미국의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에서 유래된 제도다. `공지&삭제(Notice and Take-down)`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경우 ①신고인이 ISP에게 불법저작물에 대한 삭제 요청을 하면 ②ISP는 불법저작물의 서비스 중단 및 저작물 게시자에 대한 통지를 하고 ③만약 통지를 받은 게시자가 ISP에 서비스 재개 요청을 하면 ④ISP는 이를 신고인에게 통지를 하고 신고인이 관할 법원에 제소할 것을 기다린다. 만약 신고인이 제소하지 않으면 ISP는 서비스를 재개한다.

이 같은 미국의 제도는 2001년 정보통신망법 개정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후 200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됐다. 다만 정보통신망법은 정보 게시자의 복구요청 및 손해배상 등 ISP의 임시조치가 있은 후의 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해석상 불분명한 부분이 남아있다.

다시 사례로 돌아가 길동이가 포털사이트 등에 임시조치 신청을 하면 해당 포털사업자는 접근차단 등을 내리면서 게시판에는 해당 글이 임시조치됐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신고인 및 글 게시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후 30일 내 게시자의 복원요청이 없으면 해당 글은 영구삭제 처리된다. 현재 대부분의 임시조치된 글은 게시자의 복원요청이 없어 삭제처리되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고객센터 등에서는 온라인으로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제공해 주고 있으므로 에서 길동이는 즉시 주요 포털사이트에 임시조치를 신청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춘향이는 친구들과 동물복장으로 생일파티를 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떤 경위에서인지 그 사진이 유출돼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춘향이는 각 포털사이트에 ①관련기사에 달린 댓글 삭제 ②블로그 내 관련 내용 삭제 ③검색 시 나타나는 직〃간접적 정보의 차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A포털사업자는 이에 대해 늑장대응을 했고, 이에 춘향이는 A포털사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한다.

모든 사람은 초상권을 갖고 있다.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초상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상에 유포되는 경우 이를 금지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에서 춘향이는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삭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 때 요구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시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와 같은 경우 현실적으로 각 게시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은 포털사이트 등에 삭제 및 접근차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09년 포털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안에서 원고는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기사 및 댓글들에 대해 포털사업자에게 위 사례에서 언급된 내용과 같은 조치 등을 취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포털사업자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관련 기사 및 검색어를 삭제하고 원고 관련 내용을 금칙어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①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②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이고 직접적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③기술적·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 및 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포털사업자에게 게시물 삭제 및 게시물 차단의무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대법원 2009.4.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즉, 대법원은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 포털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이 포털사업자의 책임을 확장하는 한편, 이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보다 강하게 보호하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춘향이는 A포털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포털사이트가 아닌 개별 게시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할 때, 게시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가 없어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망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이유를 밝히고 게시자의 성명, 주소 및 연락처 정보를 제공요청하면 심의를 거쳐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ISP를 통해 게시자의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를 뒀다.

철수는 친구 아버지가 경영하는 김밥 공장에 친구의 초대를 받아 놀러 갔다. 그런데 우연히 공장에서 먹다 남은 듯한 재료를 김밥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철수는 밤새도록 위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친구와의 의리보다 전 국민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결심하고 한 밤 중에 인터넷 PC방에서 익명으로 위 사실에 대한 글을 B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

다음날 아침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하고 들어간 게시판에는 자신의 글이 사라지고 없었고, 알고 보니 김밥 공장에서 미리 알고 포털사이트를 통해 임시조치를 취했다. 철수는 자신의 글이 자신의 동의도 없이 접근 차단된 것이 너무 화가 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뿐 아니라 진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 다만 그 사실이 공익성이 있는 내용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위 사안에서 철수의 게시글은 진실된 사실로 전 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공익적인 내용의 글인바, 철수의 이러한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묻지 않고 신고인의 임시조치 신청이 있고,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면 포털사이트 등 ISP가 접근차단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나아가 ISP가 임시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추후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무상 신고인의 임시조치 신청이 있으면 포털사이트 등은 대부분 임시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임시조치된 게시물의 복원요청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는다. 다만 저작권법에서는 복원요청에 대한 근거를 두고 있고, 복원요청을 하면 원칙적으로 저작물 전송 등 복구조치를 취해야 하나 그 전에 권리주장자가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통보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또한 최근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도 ISP의 임시조치에 대해서 30일 내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이의신청이 있으면 ISP는 즉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도록 규정한다.

이처럼 현행법상으로 복원요청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지만, 실제 주요 포털사업자들은 실무상 게시물에 대한 복원요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사업자별로 복원요청이 있으면 바로 복원을 하는지, 아니면 다른 절차를 통해 복원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거친 후에 복원을 하는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위 사안에서 철수는 각 사업자별로 정한 방법에 따라 게시물의 복원신청을 할 수 있다. 만약 철수가 복원요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B포털사업자가 거부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은 문제다. 추후 입법 또는 법원의 해석을 통해 보완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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