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실현과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2016년까지 저압(일반용·산업용·주택용)고객 1000만호에 스마트계량기(AMI·원격검침인프라)를 보급하겠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보급 주체인 한국전력이 경영난을 이유로 올해 사업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30일 한전에 따르면 2012년 AMI 보급 물량을 12만5000호로 정하고 내달 초에 사업공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은 당초 50만호를 계획했으나 실적 악화로 80%에 가까운 보급 물량을 대폭 줄였다. 2016년까지 1000만호 보급계획이 확정된 만큼 예산 등 향후 보급사업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한전은 2010년 50만호 보급을 시작으로 매년 순차적으로 사업규모를 늘려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75만호를 계획했던 2011년 2차년도 사업은 AMI 핵심부품인 전력선통신(PLC)칩 표준화 등 기술적 미비로 사업을 돌연 취소했다. 이후 2년 만에 재개된 올해 사업마저 대폭 축소됐다. 결국 사업 3년 동안 보급수는 62만5000호에 불과하며 남은 4년 동안 937만5000호를 채워야 한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늘어난 물량과 예산 부담은 결국 차기 한전 사장의 몫이 될 전망이다.
양방향 통신을 지원하는 AMI는 원격에 검침과 제어가 가능해 수용가의 전력사용량을 예측해 발전사 생산량까지 관리하는 국가전력망 수요관리의 핵심이다. 또 스마트그리드 체계와 연계한 실시간 요금제나 전력저장장치(ESS)와 연동하면 안정적인 전력개통 운영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일본과 유럽 등의 선진국도 AMI 보급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지금의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로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해 AMI 보급사업뿐 아니라 다른 사업도 축소하거나 보류 중인 것도 많다”며 “올해 사업규모를 12만5000호로 정하고 8월 초 사업공고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올해는 최소 75만 이상의 물량을 예상했는데 이 보다 훨씬 못 미쳤다”며 “한전 경영난이 관련 업계 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지난 27일 한전이 밝힌 상반기 실적은 당기순손실 2조8960억원과 영업손실 4조3532억원이다. 지난해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실시했으나, 연료비 상승 및 발전기 고장으로 고원가 발전량이 늘어나 전력비가 증가했다. 올 상반기동안 1㎾h당 전기를 103원에 구입해 94원에 판매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