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각) 런던올림픽 사이클 남자 도로 경주가 열리던 시각. 사이클 영웅 마크 카벤디시가 출전하는 경기를 TV로 지켜보던 영국 시청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선두권과 2위권 거리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부착된 위성항법장치(GPS)에서 나오는 신호가 데이터센터에 전달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이번 올림픽에서 꼭 봐야 하는 명승부 10선`에 꼽은 경기 장면 시청을 망친 것이다.
그러나 원인은 GPS 오작동이 아니다. 사이클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영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일제히 현장 사진을 찍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모바일 네트워크가 마비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또 분노한 시청자들이 이 사실을 SNS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모바일 네트워크는 회복 불능상태에 빠졌다.
다급해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튿날인 29일 관람객들에게 “급한 일이 아니면 경기장에서 SNS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일 런던올림픽 공식 이동통신사인 오투(O₂)가 760만명 규모의 모바일 불통 사태를 일으켰다. 당시 현지 전문가들은 영국의 낡은 모바일 인프라를 지적하며 SNS를 통신대란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번 올림픽을 첫 번째 `소셜미디어 올림픽`으로 만들려던 영국은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주관 방송사인 BBC는 모든 경기를 스마트폰에서 라이브 시청이 가능토록 하고 조직위는 런던 일대에 50만개의 무료 와이파이존을 설치해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스티븐 하틀리 오붐텔레콤 전략 분석가는 “주요 지역은 모바일 시설투자가 많이 이뤄졌지만 주변 지역은 그렇지 않다”면서 “(메인 스타디움을 벗어난 외곽 등) 투자가 덜 된 지역에서 접속량이 폭주할 경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