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안철수는 `대통령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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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안철수 알아요? 같은 IT 분야잖아요. 정말 대통령감이에요?”

“글쎄, 악수 나눈 정도?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지만,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대선정국을 맞아 하나님밖에 모르는 내 아내 `김미경 권사`조차 관심을 가질 정도로 나라가 시끄럽다. 회식자리마다 대선주자들이 술안주가 된 요즘이다.

IT 분야도 마찬가지! 점잖은 자리에선 `정통부 부활론`과 후보들 캠프의 IT 인사 동향 정도지만 편한 자리에선 인물평이 자연스럽다.

물론 IT 분야 출신 `안철수`는 특별 관심 대상! 말들이 가장 많다. 그런데 `변함없이 좋은 사람` `1500억원 기부했다면 대단한 위인` 등의 호평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냉소적이다. `그 정도 성공 가지고 뭘` `사실, 정부와 대기업 도움 받으며 컸잖아?`는 후한 편이다. `치밀한 실속파` `자기 홍보의 귀재`라는 비판도 있다. 일반 여론과 사뭇 다르다. 왜일까. 너무 젊어서? 시기심? 글쎄다.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 예수와 닮은 건가.


지난 주말 `안철수의 생각`을 곱씹으며 읽었다. 5월 말 부산대 강연에서 던진 `복지·정의·평화`라는 화두가 책에서는 구체적이다. 경제양극화, 무상급식, 보육, 대학등록금, 부동산정책, 조세, 재벌개혁, 동반성장, 일자리, 사법정의, 대북정책, 천안함, 탈북자 등 우리 사회 전반의 핵심 의제에 관한 그의 생각이 마치 시사 참고서처럼 깔끔하다.

나아가 비정규직, 청년실업, 용산 참사, 가계부채, 사교육, 학교폭력, 원전사고, 광우병 촛불집회, 한미·한중 FTA, 강정마을, 뉴타운, 4대강 사업, KTX와 인천공항 민영화, MBC 파업, 미네르바 사건까지 현안이 총망라되어 있다. 지난 몇 개월간 두문불출한 채 많이 찾아 읽고 고심하며 생각을 정리한 한 학자의 연구실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지식인답다. `대한민국의 미래지도`라는 부제도 어울린다. 그러나 대통령 출마는 고심 중이라 했다. 이 책으로 국민의 판단을 기다린단다. 날더러 어찌하라고.

일반 독자들의 반응은 호불호로 나뉜다. `공감 100%`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 식의 찬사도 있고, `자화자찬` `여야 모범답안의 짜깁기`라는 혹독한 평가도 있다. `힐링캠프` 출연에 대해 여당에서는 `생쑈` `위선의 극치`라는 격한 말들도 나왔단다.

잠재적 적이니 뭘 해도 밉겠지. 그러나 난 TV 속 그의 해맑은 미소가 보기 좋았다고 고백한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방식의 `권력의지` 표현도 신선하다. 아무튼 흥미롭다. 경쟁하는 올림픽보다는 싸우는 선거판이 훨씬 재미있다.

그나저나, 대통령의 조건은 뭘까. 시대가 변했으니 한비자나 군주론은 논외로 치자. 미국의 `대통령학`은 건강·정열·비전·설득력을 지목한다. 윤여준 전 장관은 그의 책 `대통령의 자격`에서 도덕성·철학·세력·감동을 꼽았다. 이런 잣대에 견주어보면 안 교수는 과연 대통령감일까.

상당수 IT인들은 디지털·글로벌·미래형 리더를 바란다. 안타깝게도 이번 그의 책엔 스마트그리드가 잠시 언급되었을 뿐 `미래와 IT`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사실 난 국가 IT전략, 망 중립성, 통신비, 인터넷실명제, 정통부 부활 등에 대한 그의 IT생각도 궁금하다. `안철수의 IT생각`을 알면 내 수필집 `대통령의 여인`의 주인공이었던 아내의 질문에 답하기가 더욱 쉬우련만! 참, 안 교수 부인의 이름도 `김미경`이라던가.

이주헌 한국외대 교수·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hl10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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