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종합팹센터(소장 이귀로) 바이오와 신소재사업팀 (팀장 이석재) 나노 바이오 분석랩에 들어서자 마치 화학실험실에 들어선 듯 파란색과 녹색 용액이 들어있는 반응용 튜브와 미생물 배양용 페트리접시 등 실험 용기가 가득했다. 다양한 유체 디바이스에 적용할 실험 때문이다. 랩 연구원은 박사 4명과 박사후 과정 2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이다.
이들 가운데 핵심은 이석재 팀장을 중심으로 랩의 맏형인 박태정, 그리고 이태재, 이경균 박사 등 4인이다. 이 팀장은 중개 연구를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속 나노입자 생합성 과제도 이 팀장 두뇌에서 나왔다.
박태정 박사는 지난 5월 대전시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새로운 과제 발굴과 다양한 융합연구에 적용하는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태재 박사는 별명이 `맥가이버`다. 실험장치나 소형 디바이스를 연구과제에 맞게 변형하고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다. 현재 플라스틱 본딩 장치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경균 박사는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디어맨이다. 문제에 봉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적절히 구현하는 걸 좋아한다. 기판위에 멤브레인 20여개를 올려놓는 작업이 쉽지 않자 필름을 시트식으로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이 박사다.
이들이 뭉쳐 최근 만들어 낸 것이 초미세 유체칩 기법을 이용해 금속나노입자를 생합성하는 방법이다. 세계 최초로 초미세 바이오 반응기를 이용해 대량생산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대장균 내 중금속 흡착 단백질(중금속을 제거하기 위해 생물체 내에서 생산되는 단백질)과 미세유체장치를 이용해 초미세 바이오 반응기를 대량으로 제조했다. 여기에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금속 이온을 반응시켜 나노 입자를 생물학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금속나노입자는 적어도 100㎚, 다시 말해 1000만분의 1미터 이하인 금속성 입자를 말한다. 분자나 원자를 조작해 새로운 소재, 구조, 기계, 기구, 소자를 제작하고 그 구조를 연구하는 나노기술의 영역에 속하는 입자다.
수산어종과 원산지를 저비용으로 판별하는 휴대용 자동 스마트 PCR(유전자증폭) 디바이스도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연말 시제품을 내놓는다.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어류가 광어인지, 도다리인지, 다금바리인지 손쉽게 판별해 내는데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3~5일이 걸렸으나 이 기기는 1시간이면 DNA를 증폭하고 검출해 어류를 판별할 수 있다.
플라스틱 기반의 마이크로 유체 디바이스와 미세유체 장치를 이용한 마이크로 액적 제어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는 초소형 액정 제조 장치나 약물전달 장치, 랩온어칩, 바이오센서와 같은 초소형 장치의 극미량 유체 제어 등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형광 염료를 도입한 실리카 나노입자도 개발했다. 혈액만 떨어뜨리면 암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기존 형광염료는 형광강도가 급격히 감소해 제 기능을 상실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연구진은 실리카입자를 도입해 형광염료를 감싸는 방법으로 기존 형광염료의 단점을 보완했다. 이 팀은 최근 KAIST 김도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형광색을 갖는 크기가 일정한 실리카 나노입자 표면에 표면 손상없이 1~2 ㎚를 가지는 금입자를 도포한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이석재 팀장은 “조류독감 진단이 가능한 복합 금-형광실리카 나노입자”라며 “현재 진단과 치료를 동시 수행하는 시스템과 복합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