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밭곡식이 많이 나고 과일도 풍성하다. 또 서해와 가까워 해산물이 많은 까닭에 다양한 음식 재료를 살린 담백한 맛을 즐긴다. 이러한 평양의 음식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냉면 국물은 차게 식힌 사골뼈 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섞어 만든다.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사리를 넣고 편육과 배, 동치미무 등을 썰어 얹어 먹는다. 함흥냉면은 함경도에서 많이 나는 고구마와 감자 전분으로 국수사리를 만들기 때문에 국수 재료부터 지방색을 보인다.
함흥식 냉면 맛에 익숙한 사람은 평양냉면의 싱거움 때문에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 번 먹다 보면 입안에 퍼지는 진한 국물 맛에 반한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의 평양냉면 전문점을 찾아봤다.
우래옥(서울시 중구 주교동, 02-2265-0151)은 평양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창업자가 월남한 후, 1946년에 서북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오로지 소고기를 우려낸 육수만 사용하여 더욱 깊은 맛을 자랑하며 냉면에 채를 썬 배를 고명으로 올리고, 다른 반찬 없이 금방 무친 겉절이를 함께 내놓는다. 불고기와 어복쟁반도 인기 메뉴다.
평양 사투리로 평양 본가라는 뜻을 가진 봉피양(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02-587-7018)은 벽제갈비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돼지갈비와 평양냉면으로 유명하다. 냉면은 70% 이상 메밀로 만든 면에 고기 육수와 동치미 국물이 어우러진 맛이다. 위생을 감안해 동과 주석으로 만든 방자 그릇을 사용한다. 특히 돼지 갈비는 국내산 돈육에 양념을 하여 고급 숯 백탄에 구워 내는데 최고라는 평이 자자하다. 한우 설렁탕과 양곰탕도 인기다.
을밀대(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02-717-1922)는 분식점으로 시작해 4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한우로 국물을 내고, 손수 기계로 면을 뽑는다. 채를 썬 돼지고기를 넣고 구운 녹두전과 파채에 편 마늘을 깔아 향을 낸 수육도 인기 메뉴다.
남포면옥(서울시 중구 다동, 02-777-3131)은 평양음식을 다루는 곳으로 평양냉면과 어복쟁반이 인기다. 유리로 막아둔 쇼케이스 안에 정성스레 모셔진 것은 바로 동치미 항아리다. 이북 음식을 하는 곳이라 동치미가 이 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평가옥(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031-786-1571)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평양음식 전문점이다. 평양냉면, 어복쟁반, 녹두지짐 등 평양 전통음식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돼지고기가 큼직큼직하게 들어간 고소한 빈대떡도 별미로 꼽히며, 만두전골은 평양음식이 싱겁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칼칼한 맛을 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