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 분쟁](중) 의무 재송신 범위·대가 산정 기준이 핵심

반복되는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막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둘러 의무 재송신 범위와 대가산정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인식됐다. 하지만 시청자가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때와 달리 유료방송사업자가 재전송할 때에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인 지상파 방송사에 유료방송사업자가 저작권료 명목의 재전송료를 줄지와 얼마를 줄지가 분쟁의 원인이다. 결국 의무 재송신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재전송 대가를 줘야 하는 방송사가 달라질 수 있다.

의무 재송신 범위 판단은 방송의 사회적 가치판단과도 직결된다. 우리와 비슷한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겪는 미국과 유럽은 각각의 가치에 근거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미국은 저작권을 인정해 적절한 대가를 산정하는 쪽으로, 유럽은 지상파를 보편적 서비스로 보고 재전송료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KBS1과 EBS만 의무 재송신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공영방송인 KBS2는 물론이고, 공영방송 성격을 가진 MBC까지 의무 재송신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의무 재송신 확대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송신 확대방안으로 △KBS1·KBS2와 EBS 무상 의무 재송신, MBC 유상 의무 재송신, SBS 선택 △KBS1·KBS2·MBC·EBS 무상 의무 재송신, SBS 자율계약 △전체 지상파 의무 재송신 △KBS 상업 광고 폐지시까지 현행 유지 등 네 가지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유지를 제외하면 모두 의무 재송신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상임위원 간 의견이 엇갈려 논의 진행속도가 더디다. 상임위원들은 현행 유지부터 의무 재송신 범위 대폭 확대까지 시각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지상파가 요구하는 가입자당재전송료(CPS) 월 280원도 논란거리다. 280원으로 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민영, 공영방송 범위인데 지상파는 전부 무료로 의무 재전송해야 한다”며 “MBC는 대다수 국민에게 공영방송으로 인식돼 의무 재전송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PS 280원에 대한 타당한 근거도 없다”며 “합당한 CPS 비용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관계자는 “MBC가 의무 재송신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돈을 주지 않기 위한 논리”라며 “케이블은 2004년에 KBS2가 의무 재송신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 재전송료를 내야 하니 의무 재송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의무 재송신 확대에 비중을 둔다. 저작권자 권리를 인정해야 하지만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재송신을 통해 지상파도 혜택을 입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는 “재송신 분쟁을 사업자 자율 협상에 맡기니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책기관이 빨리 지상파를 의무 재송신으로 묶어야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지상파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데 KBS1과 EBS로 한정한 현행 의무 재송신 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전체 지상파 채널로 의무 재송신을 확대해야 하고, 특히 MBC는 법적으로 공영방송 범주에 속해 의무 재송신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도 “우리나라 방송 체계에서 민영은 자율계약, 공영은 의무 재송신으로 가야 한다”며 “MBC는 비즈니스 영역이 사적 영역에 있지만 MBC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공익 극대화기 때문에 의무 재송신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는 방침만 재확인했다. 오광혁 방통위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재송신 확대안에 대해 상임위원 간 의견 차이가 있어 계속 논의 중”이라며 “위원 간 의견 조율을 거쳐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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