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갑부이자 에너지 그룹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55)은 2010년 12월 장장 36장에 걸쳐 자필로 쓴 메모를 임원에게 넘겼다. 메모지에는 인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대규모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계획이 쓰여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5일 단독 입수해 보도한 메모에는 암바니 회장이 `패스트푸드를 사고 영화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조만간 확산될 것을 예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화를 구상한 내용이 담겨있다. 중국, 대만의 도움을 받아 관련 단말기를 생산하거나 수입하자는 지시와 휴대폰·노트북·TV 등 `3스크린`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 그리고 30만 스퀘어피트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메모를 작성한지 2년이 지난 지금 암바니 회장은 일부를 진행 중이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인도 700개 도시를 포함한 전역에 4G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10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그 중 30억 달러는 4G 주파수 구입에 사용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릴라리언스 그룹은 인도 잠나가르의 서쪽 일부 지역에서 4G 네트워크 시범 운영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G 관련 핵심 장비는 삼성전자가 공급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최근 릴라이언스 그룹 행보도 이와 맞닿아 있다. 천연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익에서는 별 다른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암바니 회장은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저변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통신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범은 “향후 4년간 인도에서 4G 네트워크 잠재 고객은 3700만명”이라며 “이는 브라질, 러시아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암바니 회장은 “같이 혁신하고 생산할 수 있는 LTE 관련 디바이스 업체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암바니 회장 동생인 아닐 암바니의 통신업체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광섬유 케이블을 제공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몇 가지 장애물은 있다. HSBC의 라지브 샤르마 애널리스트는 “인도는 아직 LTE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며 “아직도 3G가 생소한 지역이 절반을 넘는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표준으로 채택하지 않은 TD-LTE를 도입할 예정이라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이를 지원하는 모바일 단말기를 만들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또 인도 최대 통신업체 바르티 에어텔도 방갈로어와 콜카타 지역에 올해 초 4G 네트워크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어 이들과의 경쟁도 부담이다.
하지만 1억2000만명 인도 국민 중 단 9%만이 인터넷 회선을 통한 온라인 접속을 하고 있어 무선 네트워크가 `잘` 깔린다면 수익성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분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