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전선 점용료 부과를 골자로 한 국토해양부의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됐다. 통신·케이블·전력 업계는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부처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전선 점용료 부과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건의서를 23일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전력도 지난 주 개정안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두 단체는 건의서에서 점용료 부과는 통신과 방송 산업 신규 투자여력을 상실하게 하고, 전기와 통신요금 인상으로 인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전선 설치 허가제를 도입하면 매일 자치구별(서울 기준) 수백건씩 발생하는 해지·개통 업무를 당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국민 편익 감소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기설치 전선도 6개월 이내에 모두 재허가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위한 천문학적인 측량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중선 환경개선을 위한 법 개정에 뒤따르는 피해는 업계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간다는 주장이다.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화할 기가인터넷, 디지털케이블TV 전환, LTE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 도입에 뒤처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한전은 지난주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선점용 인허가, 토지측량 등 행정절차가 늘고 처리기간이 추가로 소요돼 전력공급과 인터넷 개통지연 등 불편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도로점용료 부담증가, 전선측량, 행정업무 인력 추가 소요 등으로 1조25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요금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업계 부담 증가와 산업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에 부정적이다. 두 부처는 국토부에 이 같은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승진 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전주 설치 시 이미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내는데, 전선에 다시 허가제를 도입하고 점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이중규제”라며 “국민 편익 저해는 물론이고 사업자 비용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요금 인상 등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기존 전선도 허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설치된 모든 전선을 재측량해야 한다”며 “국토부 측량비 고시를 대입하면 무려 4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중선 불법 설치와 점용은 국민 재산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마구잡이로 설치된 공중선을 이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