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정책 변화 시선집중
KT가 국산 무선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를 글로벌 기술 추세에 맞춰 `TD-LTE`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파수 활용성 측면에서도 100만명 수준의 이용자만 있는 와이브로 대역을 용도 전환해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사실상 마지막까지 남은 와이브로 사업자인 KT마저 와이브로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부의 와이브로 정책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됐다.
표현명 KT 사장은 “와이브로는 장비를 만드는 업체가 없어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됐다”며 “TD-LTE를 도입해 와이브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와이브로 주파수를 재할당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구매할 장비가 없다”며 “글로벌 표준화 추세에 맞춰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며 와이브로 주파수 용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적으로도 와이브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03년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분석에서 와이브로는 2011년까지 가입자 950만명, 매출액 약 3조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LTE, 3G 무제한요금제, 유선 초고속인터넷 등 대체재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지 않았다. KT는 지난해 와이브로 사업에서 2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고, 2018년까지는 누적적자가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독자 기술이라는 점에 매몰돼 기술 고립에 빠지기보다 빨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표 사장은 “일본 통신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한 것은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와이브로와 TD-LTE가 기술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기술진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TD-LTE로 전환하면 와이브로 기지국 장비의 85% 정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며 “해외 와이브로 사업자인 미국 클리어와이어, 러시아 요타 등도 와이브로 투자 중단과 LTE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인도, 말레이시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와이브로를 LTE로 진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