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의 시간은 최고였다. 그러나 야후 수장으로의 이직은 쉬운 결정이었다.”
적장(敵將)이 과연 위기의 야후를 구해낼까. 야후가 16일(현지시각) 구글 임원 출신 마리사 메이어(37)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야후는 지난 5월 전임 스콧 톰슨 CEO가 학력 허위 기재 의혹으로 사임한 이후 로스 레빈슨 임시 CEO 체제를 유지해왔다.
메이어는 CEO 선임 직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매우 경쟁이 심한 곳이고 성공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나의 관심은 언제나 엔드유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4년간 야후의 다섯 번째 CEO다. 그만큼 야후가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야후 연도별 매출 성장률은 2006년 22%에서 2009년 -10%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에도 -5%를 기록했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메이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로 떠나버린 고객과 광고주를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 컴스코어 자료를 보면 3월 한 달간 야후 페이지에서는 2시간 15분을 머문 반면 페이스북에선 6시간을 머물렀다. EM마켓 자료에 따르면 야후의 미국 내 온라인 광고 비중은 2014년 8%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합한 40%와 큰 차이다.
야후 주가는 CEO 선정 발표 직후 상한가인 16.62달러까지 치솟아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메이어는 구글 설립 이듬해인 1999년 20번째로 입사해 이른바 `구글 넘버`가 20번이다. 최초의 구글 여성 임원이기도 하다. CEO로 선임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임신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흰 바탕화면에 검색창만 있는 간소한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지메일과 구글 뉴스·이미지·도서 등 검색 상품 인터페이스를 도입하는 데 공을 세웠다.
로이터는 “야후가 메이어를 영입한 것은 사업 중심을 온라인 콘텐츠에서 검색엔진 등 웹 기술 개발로 옮기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메이어가 야후가 강점을 가진 이메일과 금융, 스포츠에 집중하고 비디오와 모바일 사업에도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메이어는 매우 혁신적이고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이라면서 “IT업계에 또다른 여성 CEO가 탄생해서 매우 흥미롭다”고 메이어가 야후 CEO로 영입된 것을 축하했다. 메이어는 야후 CEO가 되면서 멕 휘트먼 HP CEO와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우르술라 번즈 제록스 CEO 등과 함께 여성 IT기업 수장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헤르만 룽 서스퀘한나 인터내셔널 그룹 애널리스트는 “메이어 이전에도 좋은 경력을 갖추고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 CEO들이 있었지만 1년을 버티지 못했다”면서 “결국 문제는 실행력”이라고 말했다.
야후 연도별 매출 성장률
자료: 블룸버그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