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광파워·광파장분배기 아성 흔들

국산 광파워·광파장분배기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평판광도파로(PLC)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8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국산 광파워·광파장분배기가 출혈경쟁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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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아이가 생산 중인 광분배기 모듈.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 마케팅 강화를 위해 `제살깎기식` 경쟁에 치중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져 R&D 등 투자여건 악화와 고용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간 소통채널 마련과 공정경쟁 시스템 구축 등 자구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기술력 하나로 세계시장 석권=미국과 중국 등 FTTH(댁내가입자망) 구축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국내 광통신업체는 지난 2009년부터 호황기를 맞았다.

이 국가들은 국토면적이 넓어 시장규모가 국내의 수 백배 이상이라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현실이다. 웨이퍼 칩 관련 시장만 1조원대로 추산된다. 평판광도파로 원천기술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이 사업초기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사실상 석권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우리로광통신, 피피아이, 피니사코리아, 큐닉스, 네온포토닉스, 코아크로스 등 6개사로 해마다 30~40%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광주 첨단산단에 위치한 이들 기업의 매출은 1500억~2000억원에 이르며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도 3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우리로광통신의 경우 광주광산업체 가운데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피피아이도 조만간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다. 광주시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광산업을 지역전략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웨이퍼·칩의 공급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국내기업이 중국시장에 납품하는 웨이퍼·칩 단가는 지난해 7월 2000달러에서 12월 1500달러로 하락하더니 올 상반기에는 1000달러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의 마지노선도 무너질 전망이다. 블루오션이었던 웨이퍼·칩 시장이 불과 1년 사이에 진흙밭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중국의 지나친 단가교란 전술과 이에 따른 과도한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바이어들은 계약에 앞서 이들 6개 기업과 차례로 만나 단가 경쟁을 부추겼다. A기업과 계약을 맺을 것처럼 협상하다가 막바지에 복수의 비교견적으로 단가 하락을 조장하고 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업수주를 위한 업체간 경쟁은 치열해졌고 결국 50% 가까이 공급단가가 하락했다.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채산성 악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A사 사장은 “10여년간 고생고생해서 해외시장을 개척했는데 내부 경쟁으로 모두가 심한 내상을 앓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관련 시장을 중국에게 모두 빼앗길 것”이라고 위기감을 전했다.

◇대책은 없나=현재 중국 등 후발주자들은 평판광도파로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따라 심천, 상해 등에 위치한 200여 중국 모듈제조기업들은 한국의 웨이퍼 칩을 전량 구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도 해외협상에서 자꾸만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업간 소통채널을 마련해 공동해외마케팅단을 구성하는 상생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기업간 경쟁이 가속화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존 웨이퍼 칩에 기업별로 특화기술을 개발, 신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지역 전략산업 한 전문가는 “기업 CEO들이 불신의 벽을 없애고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와야 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를 주재하고 관리한다면 해법도 마련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2년 정도임을 감안할 때 미래성장산업을 위한 새로운 광관련 아이템 발굴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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