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택배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일부 지자체가 시행을 예고한 `자가용 택배 카파라치제` 때문이다.
택배 서비스가 마비 일보직전까지 갔다. 제도 시행을 연기해 한숨 돌렸지만 아직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됐다.
현행법상 영업용 번호판(노란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량이 택배 물품 배송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자가용 택배 카파라치제`는 이런 자가용 택배 운송 차량 단속을 위해 신고포상금과 벌금을 정한 제도다.
카파라치제는 불법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인 셈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복잡하게 얽혔다.
문제는 택배 운송을 하는 차량의 절반 가까운 49%가 자가용 번호판을 달았다는 점이다. 이들이 운행을 멈추면 거미줄 같은 전국 택배 서비스망이 제 기능을 못한다.
사실 국내 택배 영업 차량 절반이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는 2003년 화물연대의 화물차 증차 반대 요구를 받아들이며, 2004년 화물운송업을 허가제로 변경하고 신규 허가 신청을 받지 않았다. 택배업은 별도로 분류되지 않아 택배 차량도 신규로 증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규 허가가 없던 2004년부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 택배 물량은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자가용 차량으로 택배 물품을 배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국토해양부는 이런 국내 택배 차량 부족 현상을 인지하고 차량 증차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용달업계 등 관련 업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획이 보류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와 서울시 의회가 카파라치 조례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결국 지자체의 시행 보류 등으로 택배는 멈추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증차는 시급하다.
국토해양부가 올해 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빠른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어 최근 불거진 우편, 국제 특송과의 형평성 문제와 택배 서비스 현실화 등 택배업의 묵혀둔 숙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단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다시 8년간 제자리를 걸어선 안 된다.
김창욱 전자산업부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