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생산설비 100% 국산화 하라"...전장 부문 강화 겨냥

Photo Image

“자동차 생산설비 100% 국산화를 목표로 모든 것을 바꿔라.”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최근 경영회의에서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런 특명을 내렸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동차 전장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전장 부품은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장치·시스템 부품을 가리키는 용어다. 자동차에 전자 제어 장치가 확산 적용되면서 부품 중 전장 비중은 30%에서 5년 내 50%로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엔 엔진이 자동차의 가치를 결정짓는 변수였다. 지금은 전장 기술이 마케팅 포인트로 부상했다. 벤츠·BMW 등 선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제품 품격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장 부품을 적극 활용한다. 이제 엔진 제어뿐 아니라 자동변속장치에도 정보기술(IT)을 적용한다.

정 회장의 발언 이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전장 사업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 계열사인 현대위아는 최근 공작기계 R&D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생산라인도 전장 비중을 확대했다. 이 업체는 전장 생산설비 부문 강화를 위해 올해 300억~400억원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생산설비 국산화로 현대모비스·케피코·현대오트론 등 그룹 전장 부품 관련 계열사를 측면 지원하고, 공작기계 사업부도 전통 기계 중심에서 전장·IT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전장 부품 국산화에도 속도를 냈다. 현대차 그룹은 전장 부품 개발을 위해 보쉬와 합작 설립한 케피코를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자동차 반도체 및 전자제어 부문 기술 개발을 위해 현대오트론도 설립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케피코 등에서 핵심 인력을 뽑아 전략적으로 현대오트론에 투입한다. 2년 내 R&D 인력을 1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전장부품 국산화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원천기술 확보도 미흡하다. 현대차는 그동안 자동차 부품·장비 국산화를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지만, 자동차 전장화로 인해 해외 부품·장비 의존도가 다시 커졌다. 수직계열화 또는 내부 조달을 통한 원가경쟁력과 속도경영이 어려워진다. 정 회장이 전장부품과 생산설비 국산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는 지금이 기계·부품·소재 국산화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며 “오너 경영의 이점을 살려 현대차가 고부가가치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