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000억클럽]실리콘마이터스, 상생으로 품질, 가격 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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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반도체 개발(팹리스)회사와 협력해 솔루션(칩·소프트웨어·모듈을 한데 모아 세트 제조사에 공급하는 형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게 뭘까 찾다 국내에 개발하는 회사가 없는 디스플레이용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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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실리콘마이터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다른 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설립 5년째를 맞았다. 2008년은 국내 반도체 팹리스 업계가 금융위기, 환헤지 상품 `키코(KIKO)`에 타격을 입고 난 직후다. 멀티미디어, 모바일TV(T-DMB), 디스플레이 타이밍 컨트롤러(T-con) 같은 다양한 팹리스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허염 사장은 시스템반도체협회장을 역임하며 중소기업이 함께 솔루션을 만들어 전자제품 제조기업에 공급하자는 제안을 한 인물. 사업을 기획할 때부터 솔루션을 염두에 두고 한국 팹리스가 갖지 못한 PMIC를 개발해 솔루션을 완성시키자는 전략을 짰다. 디스플레이 1·2위 회사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 LG디스플레이가 한국에 있다는 것도 고려사항이었다.

하이닉스 부사장, 매그나칩 사장을 거친 허염 사장과 페어차일드코리아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창업한 이 회사는 2년만에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놨고, 국내에서 척박하다고 여겨졌던 아날로그반도체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4년만인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 벽을 넘었다.

비결은 한 가지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된다는 것.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허 사장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인력들이 모이는 것 같다”며 “아날로그반도체는 도제식 교육이 이뤄져 사업 초기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의 경험을 배우러 오는 인력을 또다시 길러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마이터스 초기 창업 멤버는 국내 아날로그 인력 중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연봉, 성과수당(퍼포먼스 인센티브), 모든 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 정책을 편다.

회사 역시 초기에는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반도체 투자 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에서 투자받기가 여의치 않아 실리콘밸리 팩벤월든벤처에서 600만달러를 조달했다.

당장의 목표는 내년 초 증시 상장이다. 상장으로 들어온 자금은 R&D에 투자해 제품군을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허 사장은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면 후속 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하드웨어는 한물 갔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허 사장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삼성전자가 선전하고 있고,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설계자산(IP) 등을 개발하는 회사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는 것. 허 사장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 분야에서도 발굴되지 않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00억원, 올해 하반기에는 해외 시장에 진출해 판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폰용 PMIC,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PMIC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