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방통위 `5G` 놓고 주도권 싸움...중복 투자 우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5세대(G) 무선통신을 두고 주도권 다툼에 돌입했다. 비슷비슷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업무·예산 중복 논란도 재연될 조짐이다.

Photo Image
지식경제부와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6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개방형 이동무선망기술 포럼 창립식을 가졌다.

지경부는 지난 6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개방형 이동무선망기술 포럼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한국네크워크산업협회가 주관하고 지경부, 방통위, 한국통신학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후원한다.

포럼은 4G 이동무선망기술 표준화, 연구개발과 함께 미래 전략수립 및 정책제안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사실상 5G 등 다음 세대 무선통신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박일준 지경부 국장은 창립총회 축사에서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산업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포럼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결성 논의 초반에 4G 기지국 라디오유닛(RU), 디지털유닛(DU) 특수 프로토콜 표준화에 초점을 모았다. 일부 대기업이 자사 특수 규격 개방을 꺼려 국내 중소 중계기업체에 기지국 기술을 이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과정에서 미래 네트워크 연구까지 역할이 확대됐다.


문제는 비슷한 프로젝트를 방통위가 이미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사업영역 중복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올해 초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고 `5G 비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경부보다 한발 앞서 5G 연구사업을 시작했다. 또 산학연 포럼도 하반기 준비 중이다.

지경부의 이동무선망기술 포럼 창립으로 상당부분 영역싸움이 불가피한 셈이다.

지경부 포럼이 설립 목적으로 명시한 △차세대 이동통신연구 △데이터 빅뱅 대안제시 △이동통신 주변기술 연구는 방통위 TF에서 논의하는 내용과 대부분 겹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내 장비회사 등 방통위 포럼 예상 참여 기관 및 업계도 지경부와 일치한다.

지경부와 방통위는 파열음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방통위 관계자는 “RU·DU 규격 개방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 공감해 포럼 후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며 “미래 네트워크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관계자 역시 “1차로 스페셜 규격 개방을 시도한다”며 “미래 네트워크 연구 및 표준화는 거시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관계 기관 및 업계는 혼란스럽다. 지경부 포럼 참여를 유보했던 삼성전자, LG에릭슨 등 주요 네트워크 대기업은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당초 포럼이 이들 회사 RU·DU 특수규격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표준화에 목적을 둬 참여에 부정적이었지만 미래 네트워크 연구가 목적에 추가되면서 마냥 보이콧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내부 의사결정이 지연되며 주요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포럼이 발족됐다.

포럼 창립에 깊게 관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차기 정부에서 양 포럼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전까지 양 부처 신경전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