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에너지 경영이 필요한 이유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정전을 대비한 위기대응 훈련이 있었다. 본격적 에너지 피크타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예비전력량이 위험 수준을 넘나든다고 하고 또 들어보지도 못했던 훈련을 한다고 하니 다들 놀라는 눈치다. 에너지는 조금씩 절약하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각성하게 해주는 계기였다고 할까. 문자 그대로 이제 에너지는 절약 차원을 넘어 생존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화두로 떠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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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적정 실내온도 준수하기, 불필요한 전등 소등하기, 자리비울 때 PC 끄기 등과 같이 실생활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이러한 실천만으로도 100만㎾ 규모의 발전소를 짓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참여 열기를 더 높여 5000만이 국민발전소가 됐으면 좋겠다.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에너지는 비용문제와 직결되기도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탄소세나 시행 예정인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필수과제가 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그때그때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권하고 싶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솔루션을 구축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지난해부터 `IT기반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IT시스템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4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최소 6%에서 15%까지 절감효과를 거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 중 하나가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도입한 금호타이어 사례다. 4만평 규모의 금호타이어 공장은 전기·에어·보일러 등의 에너지 사용량을 PC나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덕분에 1년에 2억여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투자비가 7억여원임을 고려했을 때 4년 안에 회수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조명 시스템을 바꿔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기업도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7개 층의 지하주차장 전체 조명을 LED로 바꾸고 차량이나 인체 움직임을 감지해 조명 밝기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 결과 90% 이상의 절감효과를 거뒀다.

가시적인 성과 덕분인지 다른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다. 처음 이 사업을 진행할 당시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6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0여곳으로 늘어났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일은 경영에서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저소비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유럽발 경제 불안이 진행형이고 에너지가 주요한 화두로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 크고 화려한 것을 선호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랄까.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기에 에너지 저소비형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에너지 위기 시대를 헤쳐 나가는 방식은 단순히 한두 가지 솔루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짧게는 에너지 절약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부터 시작해 나아가서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장기적으로 에너지 저소비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까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부디 미래 성장성까지 염두에 두는 에너지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길 기대한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kwchung@nip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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