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 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웰컴투 동막골, 태왕사신기 영화 음악을 만든 일본의 히사이시 조에게 물었다. “작곡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계속 곡을 쓰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에 따르면 “일은 점(点)이 아니라 선(線)”이라고 말한다. 일생 동안 한두 가지 좋은 작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작가나 작곡가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히사이시 조가 바라보는 진정한 프로란 분야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지나가다 한두 번 생각하는 사람, 생각한 바를 한두 번 실천해보는 사람, 그냥 생각이 나서 이것 저것 끼적거려보는 작가, 한두 장 그려보는 화가, 한두 번 곡을 붙여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는 많다. 하지만 진지한 실천을 반복하면서 될 때까지 계속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두 개의 점으로는 선이 연결되지 않는다. 무수한 점을 찍다보면 그 점이 일정한 형태를 갖추면서 선이 되는 것이다.
한두 개 점은 그냥 무의미한 점으로 존재하지만 무수한 점이 모이면 의미심장한 선으로 다가온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생각날 때마다 가끔 띄엄띄엄 간헐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점(点)으로서의 공부다. 점을 직선이든 곡선이든 사선이든 연결해야 한다. 점이 의미 없이 산만하게 존재하는 데이터라면 선은 데이터를 일정한 틀과 구조로 엮은 정보다. 정보를 문제 상황에 적용하면서 몸소 깨달은 교훈이나 통찰력이 정보에 추가되면 비로소 지식이 된다.
지식은 면(面)이다. 선으로서의 정보를 실제로 적용해보면서 통찰력이 생기고 이것을 근간으로 정보를 이리 엮고 저리 엮어서 일정한 체계와 구조 그리고 틀을 갖게 되면 지식이 되는 것이다. 체험적 지식을 축적해야 비로소 점으로서의 데이터와 선으로서의 정보를 근간으로 발휘되던 선형적 사고가 면형적 사고 또는 입체적 사고로 전환될 수 있다. 지혜는 공간이다. 지식이 지혜로 발전하면 점, 선, 면에 억매이지 않는 초월적 사고,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육감(肉感)이 가능해진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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