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장호남 카이스트 교수

장호남 KAIST 교수(67·생명화학공학과)가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국제 바이오학술단체 회장으로 추대됐다. 지난달 25일 타이완에서 열린 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AFOB) 이사회에서 제2대 회장에 뽑혔다. 국제 바이오학술단체 회장을 우리나라 사람이 맡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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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범한 AFOB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대만·인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회원 수만 3000명이 넘는다. 아시아 바이오단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며 국가별 최신 바이오기술(BT) 연구동향과 BT산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본부는 인천 송도에 있으며, 인천시에서 매년 1억5000만원 운영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기본적인 연합체 운영자금인 셈이다.

장 교수는 “산학협력 생태계를 마련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아시아 BT산업화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지리적·학문적으로 우리나라 없이는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BT 네트워크 허브 구축이 힘듭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아시아 BT연합을 강화해 북미·유럽의 BT 강국과 나란히 설 필요가 있습니다.”

장 교수는 “아시아 BT산업이 중요한 배경은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수요도 충분하기 때문”이라며 산업과 기술을 잘 연계하면 아시아가 세계 BT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두 나라가 앞장서서 BT 연구에 나서고 중국·인도 제조 생산능력을 합쳐 BT산업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지역권을 만들 수 있습니다. BT산업을 키울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아시아에 있는 셈입니다.”

그는 “아시아 BT산업의 미래 동력원이 될 바이오매스·진단의료·치료제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계와 학계의 협력을 주도하겠다”며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바이오 특허와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발주자 격인 우리나라는 산업계와 학계의 협력 없이는 바이오공학 분야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는 “BT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했는데 협력 생태계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초연구를 우대하는 산업계 인식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국내 바이오 분야의 산증인이다. 바이오 시장 초기부터 30년 넘게 한 우물만 고집했다. 1975년까지 스탠퍼드대학에서 의공학 박사를 지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이오산업이 뜨기 전 일이다. 주된 관심사는 BT를 산업에 적용하는 엔지니어링 분야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BT 학문 성과와 산업을 연계하는 게 힘들다”며 “연구결과 특허를 출원하면 업체에서는 특허만 보유하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대학 기술연구 지원을 산업계에서 담당한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BT 업계에서는 대학이나 공공연구소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자신이 독자적으로 유사한 기술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한다”며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이 아니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방해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세계시장이 열리면 BT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해져 우리나라 BT산업 입지를 높이려면 산업계와 학계가 공생 발전하는 생태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AFOB 회장으로서 장 교수는 아시아 BT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저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열린 AFOB 회의에서 2년간 협상 끝에 세계적 학술지 출판업체인 와일리(Wiley)와 협력계약을 맺었다. 와일리는 회원국의 생물산업 제품, 우수 학술 업적을 자사 매체 `바이오테크 비전(Biotech Vision)`에서 모든 나라에 홍보하기로 했다. 생물공학잡지 `바이오테크놀로지 저널`에 연간 2회 AFOB 특집호를 낼 계획이다.


강병준 기자, 권동준 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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